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책방 ‘마르타의서재’ 입구. 김태임 마르타의서재 대표 제공.
연일 큰비가 내리고 있어요. 지하에 있는 ‘마르타의서재’는 여름이 되면 예민해집니다. 어제도 출근해서 보니 벽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바닥에 고여 있었어요.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폭우 소식에는 늘 긴장하게 된답니다. 처음에 이 지하 공간에 책방을 열기로 하고서 신경 쓴 부분이 습도였어요. 책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최적 온도는 22~25℃, 습도는 45~55%라고 하는데 그 적정한 온습도를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들지요. 책방을 열고 세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이제는 온·습도계를 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 감으로 최선의 환경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만. 여름이면 큰 제습기가 거의 24시간 내내 돌아갑니다. 그 큰 물통이 하루 2번 꽉꽉 채워지다니 정말 놀라워요. 하지만 지하라 좋은 점도 있어요. 햇빛에 책표지 색이 바래는 일은 없으니까요.
불을 끄면 완벽한 암전 상태를 자랑하는 지하입니다. (암실이 필요한 분 연락 주세요!) 1층 유리문을 열고 좁은 계단을 내려오면 작은 나무 문을 열어야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또 한 번 철문을 열어야 드디어 마르타의서재가 나타납니다. 엄청난 호기심과 실행할 용기를 갖추지 않고서는 웬만해서는 오기 힘든 서점입니다. 단골손님들은 이 요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여러 문을 통과하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 지하로 내려가면서 뭔가 차분해지고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고도 하고요. 책방에 오기 전까지 들고 있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하나둘 사라지고(계단 내려올 때 집중하다 보면), 들어선 책방은 꽤 쾌적하고 아늑해서 기분 전환이 되지요. 지상과는 차단된 또 다른 세상, 그림책 <도토리 시간>의 도토리 공간처럼, 혹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퀘렌시아처럼요.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책방 ‘마르타의서재’ 실내. 김태임 마르타의서재 대표 제공.
지상에서는 어떤 공간인지 전혀 보이지 않아요. 간판도 덜렁 이름 다섯 글자만 철제로 박혀 있을 뿐. 게다가 심리상담센터와 서점이 함께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죠. 호기심을 자극해 마음이 동해도 문을 세 번이나 열고 지하로 내려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오셔서 가장 많이 하신 이야기는 “몇 번은 그냥 지나치고, 몇 번을 망설이다가 용기 내어 들어와 봤어요” 하시거든요. 그래서 저희 책방의 마지막 관문 세 번째 철문에는 “용기 있는 당신! 멋져요!”라는 메시지가 붙어 있어요. 정말 멋진 분들입니다. 방문하는 모든 멋진 분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따뜻한 환영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마르타의서재는 심리상담센터 ‘나무둘울림’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서가는 대부분 인문학, 문학, 그림책으로 채워져 있고요. 심리상담센터에서 대화를 통해 마음을 비우는 일을 한다면, 서점에서는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채우는 일을 하죠. 때로 말을 꺼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무거울 때는 책이 나를 대신해 말해주지요.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내 마음을 이야기해 주는 책을 만났을 때 받은 위로를 잊지 못합니다. 지금 이렇게 책방을 열게 한 이유이기도 해요. 마르타의서재에서는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모임과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우리 안에 있는 행복의 씨앗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비밀을 품고 나를 위해 기다리는 책을 찾아보세요. 용기를 내어 가보지 않은 지역의 책방에 방문해보세요. 용기 있는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책방 마르타의서재에서 책 모임을 하는 지역주민들. 김태임 마르타의서재 대표 제공.
대전/글·사진 김태임 마르타의서재 대표
마르타의서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은구비서로24번길 6(지족동) 지하 1층
blog.naver.com/martha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