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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우리 몸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며 살아갈까?

등록 2022-09-02 05:01수정 2022-09-02 11:54

정인경의 과학 읽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운동의 역설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놀라운 과학
허먼 폰처 지음, 김경영 옮김 l 동녘사이언스(2022)

세상사는 먹고사는 문제로 얽혀 있다. 그중에 신진대사 활동이 포함된다. 하루에 무엇을 얼마나 먹고사는지, 식단과 에너지 열량 등은 현대인의 생활에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평소에 다이어트와 운동, 식단 조절을 하며 에너지 소비량이나 기초대사율과 같은 용어를 무수히 들어봤을 터이고, 자신이 먹는 음식과 활동량을 에너지로 환산해서 측정하는 과학적 방식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루에 2500~3000㎉를 소모할까?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왜 일정한 범위에 있는지, 이 숫자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화인류학자 허먼 폰처는 <운동의 역설>에서 ‘인간 신진대사라는 새로운 과학’을 소개한다. 부제가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놀라운 과학’이어서 살 빼기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오인할 수 있는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표지의 홍보 문구를 뛰어넘는 연구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사활동, 에너지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허먼 폰처는 장대한 진화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아 나섰다. 과거의 인간 화석, 수렵채집인, 영장류 등을 두루 연구하며 현대인의 생활건강에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쳤다.

인간의 신진대사는 마치 마술을 부리듯 에너지를 조율하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많이 움직여서 에너지를 소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운동량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같았다. 몸을 더 움직인다고 더 많은 열량이 소비되지 않았다. 우리 몸은 운동량이 늘어난 만큼 다른 곳에 에너지를 아껴서 에너지 소비량을 제한했다. 뇌와 소화기관은 활동량 변화에 대응해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거의 일정한 범위로 유지시켰다. 이것이 ‘제한된 하루 에너지 소비량의 원리’이며 ‘운동의 역설’이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하루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나지 않으며 체중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먹는 것을 줄이지 않고는 운동으로 살이 안 빠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이렇게 신진대사를 하게 되었냐는 것이다. 수렵채집인 하자드족의 생활방식을 추적해보니 구석기 시대에 ‘대사혁명’이라는 진화적 도약이 있었다. 수렵채집인은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에서 음식을 공유하고, 불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해서 먹었다. 이들은 먹거리를 얻고 열량을 소모하는 방식을 바꿔서 하루 에너지 소비량과 대사율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식사량과 운동량이 변화하더라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할당해서 체중의 급격한 감소를 막았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을 원망하겠지만 신진대사의 진화는 인류의 대사 역량을 크게 향상시킨 적응의 결과다.

나아가 이 책은 신체에너지 소비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수렵과 채집, 불의 사용은 주변 세상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었다. 불은 음식의 에너지양을 늘리고 소화에 드는 에너지를 줄였다. 생명의 역사에서 최초로 인류는 신체 바깥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스스로 신진대사를 활성화했다. 현대 식품 생산에 화석연료가 투입되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엄청난 외부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고 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는 비만과 기후변화에서 드러나듯 에너지를 어떻게 잘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인경/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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