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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등록 2022-09-02 05:01수정 2022-09-02 11:40

[한겨레Book] 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l 더숲(2021)

독일의 산림경영전문가 페터 볼레벤은 어느 날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독일의 헤센주에서 온 산림경영전문가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이야기인즉슨 헤센주 북부에서는 숲의 나무를 장지로 판매해 99년간 이용할 수 있는 수목장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다음 볼레벤은 난데없이 이렇게 신음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늙은 너도밤나무!’ 그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신의 숲에 있는 너도밤나무 서식구역을 보호할 아이디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숲도 장지가 되면 앞으로 100여년 동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볼레벤은 장지를 만들었을까? 물론이다. 그는 꿈이 있으면 즉시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수목장은 그가 계획을 세운 지 일 년 뒤에 문을 열었다.

수목장 분양은 간단하다. 죽음을 염두에 둔 누구라도 숲에 와서 나무를 고르면 된다. 이를테면 2004년 뜨거운 여름 고령의 부부가 찾아왔다. 아내는 잘 걷지 못했다. 볼레벤은 노부부를 자신의 지프차에 모시고 숲을 달리면서 늙은 너도밤나무 서식구역 보존을 위한 수목장 조성 목적을 설명했다. 노부부는 눈에 띄게 굵은 줄기를 가진 너도밤나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노부부는 미소 띤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볼레벤에게 말했다.

“이 나무로 할게요!” 그러고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둘 다 말기 암이에요. 살 날이 겨우 몇 주밖에 남지 않아서 우리 두 사람이 같이 묻힐 자연 속의 장지를 끝내 찾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답니다.”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경험하는 게.”

그해 가을 노부부는 유골함에 담겨 돌아와 그들이 선택한 너도밤나무 아래에 안치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들도 많다. 여름만 되면 수목장에서 얼음덩어리가 발견되었다. 그때마다 그게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 덩어리였다. 수목장에는 물이 얼 웅덩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수수께끼가 풀렸다. ‘고인이 된 아내가 묻힌 나무를 찾은 한 노인이 직접 얼린 하트 모양의 얼음을 가져다 놓았던 것이다. 하트는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서서히 녹아 땅으로 스며들었다.’ 내가 소개한 이 이야기는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이라는 책에 나온다. 책 제목이 페터 볼레벤의 삶 그 자체다. 그의 분노, 질문, 고민, 꿈, 저항, 시도, 모든 그의 인생 이야기는 숲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페터 볼레벤은 우리의 눈을 열어서 숲을 다시 보게 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을 읽으면 산림경영이란 이름으로 주로 산림청이 벌이는 일이 얼마나 숲을 파괴하는지 알게 되고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알게 된다. 그런데 오늘 나는 다른 생각도 조금 말해보고 싶다. 볼레벤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로 인생을 걸고 질문했다. 앞에서 소개한 이야기도 그가 늙은 나무를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은 무엇을 인생의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인 인생이지만 무엇에 영향을 받을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영향을 받고 싶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아는 사람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썼다.

<CBS>(시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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