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그라벳 지음, 황유진 옮김 l 북극곰 l 1만8000원 하얗고 통통한 무민 캐릭터는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무민의 작품세계가 캐릭터처럼 귀엽고 사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요 작품 중 하나인 <혜성이 다가온다>(1946)는 2차대전 때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이 겪은 공습과 일본 원자폭탄 투하를 은유한 작품으로 세기말적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1948년 이 작품을 헬싱키에서 어린이 연극으로 올렸을 때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민을 창조한 토베 얀손(1914~2001)의 삶 역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무민의 세계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조각가인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어머니에게 재능과 기회를 함께 물려받은 행운아이기도 했지만 생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순수 미술가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동성애자로 고단한 소수자의 삶을 살아나갔다. 작품활동 역시 무민 창작뿐 아니라 좌파 잡지의 정치만평, 일간지 연재만화, 고전 동화 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했다. <토베 얀손>은 일러스트레이터로 뛰어난 족적을 남긴 토베 얀손의 일생을 107컷의 크고 작은 작품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핀란드에서 태어나 스웨덴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얀손은 졸업 뒤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리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매우 드물었던 ‘여성 정치 만화가’로서 그가 그린 표지는 자주 논쟁과 검열을 불러왔고 얀손은 북유럽 지역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로 꼽히기도 했다.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1948) 핀란드판 표지. 북극곰 제공

전통적인 케이크 모양으로 세계를 묘사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로 히틀러를 표현한 <가름>의 대단한 표지. 1938년작. 북극곰 제공

휴가철 오두막 벽에 남은 낙서. 아래는 토베 얀손이 1930년대 그린 무민의 원형 ‘스노크’. 북극곰 제공

토베 얀손. 1970~1980년대 추정. 페르 올로브 얀손 사진. 북극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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