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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서점가에 다시 찾아온 ‘미시사 열풍’

등록 2022-09-30 05:00수정 2022-09-30 09:51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l 사람과나무사이(2022)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직후 진한 커피를 한잔 타서 음미하여 마셔보라. 장담하건대, 그 맛이 이 책을 읽기 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립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니 확실히 깊은 맛이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최근 서점가에서 화제인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사람과나무사이)는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일본 번역서에 강점을 가진 출판사는 2018년 5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을 시작으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에 이어 최근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를 출간했다. 시리즈에 소개된 책 모두 일본 번역서고, 이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복간한 책도 있다. 흥미롭게도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에 소개된 책들은 모두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치유소설, 자기계발서, 일본만화 등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책들의 면면을 보면, 역사책이 번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시리즈를 기획해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가 ‘1인 출판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획력과 홍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한 규모의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시리즈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기 힘든 게 우리나라 출판 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책은 40대 이상 중장년 남성 독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구매자 분석을 보면, 20~30대 여성들도 제법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파스텔 색상의 표지 디자인과 정감 가는 글씨체는 역사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분명한 콘셉트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역사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켰다. 역사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스낵인문학’과 ‘쇼트폼’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제격이다. 기존 역사책의 고정관념을 깬 것이 시리즈의 성공비결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 ‘미시사 열풍’이 불었다. <연필>, <의자>, <초콜릿> 등 지호출판사가 출간한 책들이 본격적인 미시사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고, 작고 사소한 것에 집중해 역사를 풀어내는 방식은 통사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던 방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강자에서 약자 중심으로, 지배자에서 소시민 중심으로, 인간에서 사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변주됐다. 여기에 스토리텔링 기법이 결합되면서 역사는 더욱 흥미롭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미시사를 다룬 책들의 인기는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고,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인기는 미시사 열풍의 연장선으로도 이해해볼 수 있다.

‘이슬람 세계를 지배한 검은 음료 커피’, ‘커피의 상업적 가치를 간파하고 이익을 극대화한 이슬람과 유럽 상인’, ‘영광의 자리를 홍차에게 빼앗긴 영국 커피’, ‘프랑스 혁명의 인큐베이터가 된 커피와 카페’, ‘커피를 원하는 권력, 권력을 원하는 커피’….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의 목차 일부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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