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파레·발레리 쉬외르 에르멜 지음, 김형은 옮김 l 한스미디어 l 6만8000원 <신곡>, <실낙원>, <돈키호테>, <빨간 망토>, <신드바드의 모험>, <장화 신은 고양이>, <아서왕 이야기>, <신데렐라>…. 이 고전들의 공통점은?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예술가 귀스타브 도레가 삽화를 그린 작품이란 것이다. 어린 시절 동화나 고전 좀 읽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별이 수 놓인 밤, 키 큰 흑전나무 숲, 험준한 유럽의 풍경, 검객들의 칼싸움, 신비로운 성, 날개 달린 생물 따위의 삽화는 그의 작품이거나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도레는 소묘, 판화, 유화, 조각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특히 그의 천재적인 문학 작품 삽화는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 반영돼 후일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광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꿈을 꾸고 꿈꾸게 하는 이였다. 15살 때부터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에 넣을 삽화를 그리기 시작한 귀스타브 도레는 다작의 작가였다. 33살 때까지 작업한 데생 개수가 “십만 개밖에 안 된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귀스타브 도레의 환상>은 그의 작품 중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하고 가치 있어 보이는 작품, 작가의 화풍과 커리어를 엿볼 수 있는 작품 340점을 선별해 담았다. 판화, 삽화, 풍자화 등 여러 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도레의 생애와 경력,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미술을 공부하는 이라면 도레가 그토록 정교한 작품을 완성해 내기 위해 사용한 기법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무게가 2㎏ 이상이나 나가는 이 책은 금박과 황박, 형압 등의 후가공이 더해져 그 자체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아트북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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