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문장수업
잭 하트 지음, 강주헌 옮김 l 김영사(2022)
어쩌다 글쓰기 강의를 줄곧 하게 됐다. 글쓰기 요령을 일러주고 난 다음에 늘 하는 말이 있다. 글쓰기 책은 딱 두 권만 읽으면 된다고. 기본을 가르쳐주는 책 한 권과 보조적인 차원에서 한 권만 더 참고하면 된다. 글 쓰는 요령 익히겠다고 책을 싸놓고 읽을 시간에 글을 써보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그동안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책을 추천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권할 만한 책을 발견했다. 논픽션 글쓰기 코치로 유명짜한 이가 쓴 <퓰리처상 문장수업>이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동안 강의한 내용과 겹치는 대목이 많아서였다. 글을 쓸 때는 다른 무엇보다 주제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초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글은 그냥 써대면 되는 줄로 안다. 지은이는 단호하다. “글쓰기에 앞서 준비되어야 할 것은 매끄럽게 다듬은 첫 문장이 아니라 명확하게 정리된 핵심 메시지 즉 테마이다.” 전체 주제가 결정되면 이를 뒷받침하는 단락의 소주제문을 고민해야 한다. 전체 주제와 소주제문은 주장과 근거의 관계여야 한다. 무릇 글은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뤄지고, 여기서 전달과 설득의 힘이 발휘된다. 지은이도 “무언가를 의미 있게 말하려면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명토 박는다.
글 전체의 인과관계가 결정되면 몰입해서 쓰고, 철저히 퇴고하라 했다. 이를 쉽게 설명한답시고 나는 컴퓨터 자판이 빠개지도록 치고, 완성되면 소리 내 읽으면서 고치라고 했는데, 지은이는 상당히 교양있게 표현했다. 초고는 하이드씨처럼 쓰는 거란다. 뒤돌아보지 말고 주제문과 메모형 개요를 나침반으로 삼아 무작정 나아가면 된다. 탈고할 때는 지킬박사로 돌변하란다. 글을 “면밀하게 살피며 정확성을 점검하고 문장 흐름을 수정하며 단어 하나하나의 정확한 의미를 검토”하라는 뜻이다. 지은이도 완성된 글을 소리 내 읽어보길 권한다. 귀로 듣다 보면 눈으로 읽을 적에 보이지 않던 혼란스럽고 모호한 문장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어문장을 예로 들어 문장 고치는 요령을 말하지만, 우리글에도 적용할 만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글쓰기의 핵심은 ‘하나’다. 전체 글의 주제는 하나여야 하고 한 단락의 소주제는 하나여야 하고,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 이 원칙을 익히지 않으면 읽는 이에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지은이도 “문장 하나에 주요 개념 하나만”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식어 문제도 비슷하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수식어나 중복표현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공통된 문자를 공유하지 않는 민족”이라는 구절은 ‘공유하다’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분개 또는 분노’는 두 낱말 가운데 하나만 쓰면 된다. 건조한 사막은 사막만, 바싹 마른 불쏘시개는 불쏘시개만 써도 뜻이 전달된다. 적절하지 않은 수식어를 일러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산문의 연못에 우글거리며 단어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라 말했단다. 이 밖에도 “그는 배의 뱃머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는 “그는 뱃머리를 향해 달렸다”로 고쳐 써야 한다. 누군가를 “지지해왔던”은 누군가를 “지지했던”으로 바꾸는 게 맞다.
글쓰기의 도편수들이 들고 다니는 연장통의 내용물은 어슷비슷하다. 그러니 이것저것 읽으며 허송세월하지 말고, 주된 책을 한 권 읽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다른 책 한 권만 더 참조해보라는 게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은이의 말대로 “글쓰기 능력의 향상은 분석적인 읽기”에서 비롯한다. 읽어야 써지고, 쓰려면 읽어야 하는 법이다. 이제 황금률을 알았으니, 주저하지 말고 써보시길!
이권우/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