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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블랙에디션’ 경쟁에서 주목받으려면 [책&생각]

등록 2022-11-25 05:00수정 2022-11-25 10:22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원씽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l 비즈니스북스

그릿
앤젤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l 비즈니스북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l 토네이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안진환 옮김 l 민음인

‘과잉’ ‘초과’ ‘과다’ ‘과도’ ‘오버(over)’ 등, 최근 자주 쓰이는 단어들만 봐도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너무 많고 넘쳐서 뭐든지 쉽게 잊힐 수밖에 없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주목받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모든 기업과 개인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어버렸다. 튀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주목 경제의 시대에 최근 우리나라 유통가에서는 ‘블랙 에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고귀한 프리미엄을 상징하는 색이라 그런지, 겨울철 패딩과 같은 패션에서부터 가전제품, 자동차 그리고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권위’와 ‘최상의 등급’을 내세우는 상품에는 ‘블랙 에디션’이라는 특별한 라벨이 따라붙는다.

블랙 에디션 경쟁은 서점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 위에는 깊이 있고 고급스러운 블랙 표지를 두른 책들이 여럿 올라가 있다. <원씽>(비즈니스북스), <그릿>(비즈니스북스), <타이탄의 도구들>(토네이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민음인) 등, 주로 경제경영 분야의 책들이다. 블랙 에디션에 이어 ‘블랙벨벳 에디션’까지 등장했다. 어떻게든 주목받는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책이 우선 독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표지’와 ‘제목’이 중요하다. 독자들이 책을 펼쳐 읽기 전에 이미 승부가 나야 하는 상황에서 표지와 제목은 시선을 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의 종수는 단행본 기준으로 약 7만5천 종 정도다. 우리보다 독서 인구가 두 배가 넘는다는 일본에서 출간되는 책의 종수와 맞먹는다. 1년에 약 7만5천 종이면 휴일까지 포함해 매일 200여 개의 새로운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신간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간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무리 책의 내용이 좋아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출판사는 책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다양한 에디션이 출간되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블랙 에디션’ 역시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출판사들의 자구책이다. 어떻게든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블랙 에디션’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해서 모든 책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부활에 성공해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 위해서는 분명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신간으로 출간되었을 당시에 인기가 있었을 것, 내용이 비교적 탄탄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을 것, ‘20주년 특별 기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100쇄 기념’ 등 기념할 만한 확실한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그리고 유명 인플루언서에 의해 책이 자주 언급될 것 등이다.

앞서 언급한 책들의 경우 모두 이러한 조건들을 갖췄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2017년 4월, <그릿>은 2016년 10월, <원씽>은 2013년 8월, 그리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2000년 2월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됐다. 출간된 지 적어도 5년이 지난 책들이지만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고, 특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경우는 부모 세대가 읽었던 책을 자녀 세대가 성인이 되어 읽고 있다.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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