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은요│책방, 국자와주걱
도시 생활에 더 이상 적응 못 하고 시골로 떠돌아다녔다. 다리 건너 강화에 쥐 방구리 드나들듯 하다가 이 집을 만났다. 시골 마을 구석구석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발견한 작은 농가 주택이다. 가슴 설레게 소박하고 담박해 마음에 들었다. 지은 지 90년이 넘은 오래된 농가 주택을 그렇게 만나서 17년째 살고 있다.
10년을 살다가 2015년, 벽에다 ‘책방, 국자와주걱’이라 쓰고 책을 파는 구멍가게를 시작했다. 특별한 각오도, 생각도 없이 또 물색없이 책방을 한 것이다. 손님들이 오면 책을 보고, 사가고, 잠도 자고… 그렇게 말이다. 아, 텃밭에서 일도 시키고, 같이 들판을 걷기도 하고, 시골 구석구석 싸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온 손님들이 소문을 내고 또 다른 손님들이 오곤 한다.
어떤 날은 한 사람도 안 오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좁은 책방이 터져라 꽉 차기도 한다. 내가 본 다른 구멍가게 할매들은 손님이 안 와도 졸면서라도 가게를 지키고 앉아 계셨다. 하지만 나는 그냥 문을 열어둔 채 온 동네를, 산과 들을 돌아다닌다, 처음 온 사람들은 그래도 되는 거냐며,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제 안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방이라는 것을.
내가 사는 강화 촌 동네는 작가들이 많이 살다보니 사람들은 국자와주걱이 어느 작가가 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여기 김중미 작가가 하는 책방이죠?”
“함민복 시인이 하는 책방이죠?”
그러나 알고 보면 이상한 할매가 하는 요상한 책방이다. 그래서 손님들도 하나같이 요상하다. 손님들은 주인이 없어도 그냥 그런 줄 알고 자기가 주인이 되어 먼저 온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책도 팔고 또 졸리면 책방 마루에 누워 잠도 잔다. 북콘서트를 하러 왔던 어느 작가는 국자와주걱에 빠져 이웃집으로 이사를 오기도 했다.
책방을 하면서 알게 된 손님들 중에 전국 곳곳에서 책방을 하는 책방지기들도 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온 손님은 서울에서 작은 책방을 하는 분이었다. 보자마자 서로 콩깍지가 껴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 관계가 되었다. 그 책방이 느닷없이 제주로 이사했다. 우리는 서로 지역을 바꿔서 책방을 지키기로 했다. 내가 제주로, 제주 책방지기는 강화로!
그렇게 지난 여름 한 달 동안 나는 제주에서 책방을 지켰다. 국자와주걱 손님들이 전화를 했다. 내가 제주에 있다고 하니 바로 제주행 비행기 표를 끊어서 날아왔다. 제주에서 이삼일씩 함께 지내면서 같이 책방을 보았다. 그렇게 세 팀 정도가 제주 책방을 다녀갔다.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책을 잘 파는 요령은 없다. 다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소박한 공간, 책이 있고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계속 있고 싶다. 책방이라 이름 붙었으나 농부들의 먹거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 지역의 작가들, 음악 하는 사람들, 그림 그리는 사람들, 영상 만드는 사람들, 이웃에 있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언제든 맘 놓고 와서 전시도 하고 그들의 재능을 발표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감이 좋다.
겨울이다. 곧 눈도 내리겠지. 아니, 이러다 눈이 아니고 장맛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다. 계절도 무너지는 요즘 세상의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책을 통해 사람을 불러모으는 작은 책방의 지기들. 모두 힘냅시다!
강화/글·사진 김현숙 국자와주걱 책방지기
국자와주걱
인천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428번길 46-27
https://www.instagram.com/9ookja_jooguk.bookstay
‘책방, 국자와주걱’ 내부. 지은 지 90년 넘은 농가주택에 책방을 차렸다.
‘책방, 국자와주걱’에서 손님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