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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스펙트럼 확장하는 여성작가들의 진군…뉴노멀의 다채로운 안내자로

등록 2022-12-30 05:00수정 2022-12-30 10:19

[2023년 기대작] 문학
위로의 문학 압도한 코로나 3년 끝
수십년 작품 매달린 윤흥길·이인성

영역 넓혀온 장류진·구병모 등까지
시·아동·영상 콜라보도 다채로워
2020년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할 당시의 윤흥길 작가. 토지문화재단 제공
2020년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할 당시의 윤흥길 작가. 토지문화재단 제공

문학은 시대의 가장 이른 징후이자 가장 질긴 뒤끝일 것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 안에서 여전히 빛과 위로가 필요했고, 경기위축까지 심화하며 온오프 서점 결산에서 보았듯 문학이 더 호출된 한 해다. <한겨레>가 28일 도서관 정보나루를 통해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전국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문학 서적은 <불편한 편의점>(2021)이었고, 2022년 신간에선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가장 많았다.

내년은 새로운 ‘노멀’로 비로소 전환하는 원년이 될까. 문학은 일단 훨씬 다채로워진다.
이인성 작가. ⓒ백다흠
이인성 작가. ⓒ백다흠

대중성 너머, 단편 ‘장마’로 대표되는 윤흥길 작가가 집필에서 출간까지 꼬박 20년을 들인 <문신>의 완간과, 24년 만의 소설집이 될 이인성 작가의 연작중편집 <돌부림>(가제)이 문학동네와 문학과지성사에서 각기 예정되어 있다. 사유와 형식의 난해함으로 “독자를 냉대한다”고까지 시인 황지우가 비틀어 ‘헌사’했던 이인성의 마지막 소설집은 1999년 <강 어귀에 섬 하나>. 이번 소설집엔 올해 만 70살을 맞는 그가 ‘돌부림’(2006), ‘한낮의 유령’(2012)과 함께, 이후 쓴 미발표작을 추가해 담는다. <문신>은 2018년 1~3권 이후 5년 만인 올 상반기 4·5권 동시 출간으로 대서사를 완성한다. 대한제국 시절 최씨네 가족 간 신념과 욕망의 대립, 비극을 유장하게 전개한 작품으로, 윤흥길 스스로 2020년 박경리문학상을 받으며 “큰 작품을 쓰라고 했던 박경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오랫동안 준비해온” “나의 대표작”이라 밝힌 바 있다.

읽는 맛을 보장하는 중견작가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가제)은 이미 같은 제목으로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되며 독자들을 포섭했다. ‘비숑 프리제 품종을 두고 벌어지는 사랑과 운명과 상처의 대서사시!’라는 소개와 함께 본격 ‘개 소설’을 표방한 이기호의 9년 만의 장편으로, 여름 예정하고 있다.

시 애호가들에겐 누구보다 반가울 조합으로, 영국 왕립문학협회 선정 ‘국제작가’에 처음 이름 올린 한국 시인 김혜순을 2010년대 대표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황인찬이 1년 넘게 인터뷰해 구성한 <김혜순의 말>이 마음산책에서 나오고, 소설가들이 2022년 ‘올해의 소설’로 가장 많이 지목했던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김연수 작가는 골라 본 문학작품에 대한 독서에세이(문학동네)로 하반기,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로 하와이 이주한인과 노동을 소재 삼아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이어나간 등단 40년차 동화작가 이금이는 소재를 비대면의 학교폭력으로 옮긴 새 청소년소설 <편집>(가제, 문학동네)으로 상반기 독자와 만난다.

장류진 작가. ⓒ유재욱
장류진 작가. ⓒ유재욱

여성작가들이 동시 확장해가는 대중성과 주제·형식의 스펙트럼은 도드라진다. <한겨레>가 조사한 도서관 대출인기 목록 200권에 <달까지 가자>(2021) <일의 기쁨과 슬픔>(2019)을 올린 장류진 작가는 새 소설집(창비)을, <위저드 베이커리>(2009)를 올린 구병모 작가는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문학동네)을, <칵테일, 러브, 좀비>(2020)를 올린 조예은 작가는 SF소설과 장편(<달콤한 초록 피>)을 각각 허블과 창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박서련 작가. 1930년대 평양 을밀대 지붕 고공농성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삶을 그린 소설 &lt;체공녀 강주룡&gt;으로 2018년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서련 작가. 1930년대 평양 을밀대 지붕 고공농성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삶을 그린 소설 <체공녀 강주룡>으로 2018년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당장 이 겨울을 지나며 현대문학에선 정현우 시집, 천희란 소설, 문진영 신작 소설을 펴내고, 한겨레출판은 <체공녀 강주룡>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박서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오직 운전하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가제)로, 은행나무에선 박문영·황모과·장진영·서이제 작가 등의 라인업으로 경장편 젊은 감성시리즈를 표방한 ‘노벨라 시리즈’를 부활시켜 봄이 올 즈음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박서련 작가는 정영롱 만화가와 함께 만화책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도 낸다.

작가 백수린의 첫 장편, 손보미의 첫 연작소설집(이상 문학동네), 이서수 작가의 첫 소설집(은행나무), 조시현 시인의 첫 시집(문학과지성사), 서윤후·김현 시인의 첫 단편소설집(알마)도 2023년 첫 쇄를 찍는다.
작가 로베르트 무질(1880~1942). 위키미디어 코먼스
작가 로베르트 무질(1880~1942). 위키미디어 코먼스

국외 번역서로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권오경의 <방화범들>(문학과지성사)이 현지에서 크게 주목 받은 가운데 처음 국내 소개된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로 꼽히는 로베르트 무질(오스트리아)의 <특성 없는 남자>(전3권)와 기존 소설형식을 전복한 ‘의식의 흐름’체로 명성 높은 제임스 조이스(아일랜드)의 <율리시스>(전 2권)도 기대를 모은다. 두 작품(문학동네)은 올해 완간된 마르셀 프루스트(프랑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 13권, 민음사)와 함께 ‘20세기 모더니즘 3대 걸작’으로 간주된다.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 위키미디어 코먼스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 위키미디어 코먼스

노벨문학상에 한 발 더 근접한 살만 루슈디(영국)가 주인공을 텔레비전에 심취한 현대 노인으로 비튼 신작 <키호테>로,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결국 타계한 필립 로스(미국)가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를 친파시즘적 미국 대통령으로 설정한 역사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와 자신의 창작론, 서평 등 50여년의 글을 모은 에세이 <왜 쓰는가?>로 독자와 곧 만난다. 미국 단편소설계에서 지명도 높은 로리 무어의 단편선집(작가정신) 등도 국내 첫선을 보인다.
소설 &lt;악마의 시&gt;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2018년 6월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소설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2018년 6월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작품 자체로든 마케팅 방편으로든 ‘문학과 영상의 콜라보’는 계속 활발해질 수밖에 없겠다. 공쿠르상 수상작가 안 세르(프랑스)의 1992년 데뷔작 <가정교사들>(가제)은 영화 경우 배역까지 정해진 가운데 국내 첫 소개(은행나무)되고, 엠(M). 오(O). 월시의 판타지 <빅 도어 프라이즈>는 애플TV+에서 10부작으로 드라마화할 예정인 가운데 독자들과 먼저 만난다. 열린책들은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인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3부작>을 이르면 2월 번역 출간한다. 닐 셔스터먼은 이미 여러 영상작품의 원작자로 미국 최고의 청소년소설가로 꼽힌다. 민음사가 4월 출간할 첩보소설 <헌신자>는 박찬욱 감독이 드라마로 제작 중인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 후속작이다.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1933~2018). 내년이 탄생 90주년이 된다. AP 연합뉴스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1933~2018). 내년이 탄생 90주년이 된다. AP 연합뉴스

미국 단편소설 작가 로리 무어(65).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단편소설 작가 로리 무어(65). 위키미디어 코먼스

책 선별에 있어 자타칭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독자의 다채로운 취향은 물론 작품의 질도 담보하진 못한다. 더 많은 세계가, 더 다양한 온도로 시, 소설, 에세이, 그리고 만화에 있다. (편집자주 모든 책의 출간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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