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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내 인생은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등록 2023-02-10 05:00수정 2023-02-10 09:06

우리 책방은요 │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입구.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입구.

“서점에서 만나자.”

약속 장소는 언제나 서점이었다. 책을 넘기는 사근함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 고요함과 침묵을 비집고 퍼지는 책 냄새.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각자 손에 쥔 책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읽고 이해하는 분주함. 인생의 지혜를 빌려주는 너른 아량. 그 모든 것이 있는 곳. 나는 서점이 좋았다. 매대 위에 가지런히 올라온 책들은 경이로운 존재였다. 범접할 수 없는 압도감과 동경이 일렁였다. 나도 언젠가 '출판'이라는 세계에 초대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시간은 흘러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꿈에 그리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남편과 함께 세계 여행 중이었다. 세계 곳곳의 도서관, ‘코워킹 스페이스’, 작업실, 다양한 책상에 앉아 첫 번째 책을 썼고, 두 번째 책도 계약했다. 글을 쓰며 여행을 하는 내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쓰고 싶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출판을 동경하는 동시에 어려움을 느끼는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에 왜 출판이 유독 어려울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처럼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내 인생의 이야기는 오직 나밖에 쓸 수 없다’며 응원과 격려를 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어떨까. 한번 고개를 든 생각은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우리 부부는 긴 상의 끝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을 우리가 만들기로 결정했다. 기약 없이 떠났던 세계 여행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외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외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에서 글쓰기 워크숍이 열리는 모습.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에서 글쓰기 워크숍이 열리는 모습.

그 길로 바로 한국으로 들어와 인천 부평동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를 열었다. 낮은 빌라 사이에 눈에 띄는 간판 없이 작은 명패 하나만 걸려 있는 곳, 화려한 불빛보다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는 곳, 사각사각 연필과 타닥타닥 타자가 부딪히며 열심히 인생이 쓰여지는 곳이 바로 우리 책방이다.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15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글을 썼고, 80여명의 ‘작가님’을 배출했고, 25종이 넘는 책을 만들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쓸쓸한 책방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남겨준 글과 문장들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우리 책방 문을 열고 글을 쓰던 이가, 작가로 데뷔하고 북토크 행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순간을 목격하는 날은 가슴이 벅찼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서점의 안온함이 좋았다면 지금은 책 속에 옹골지게 담긴 활자의 생기가 좋다. 각고의 시간을 들여 작가님들이 깎아낸 글들의 쨍쨍한 고유함이 좋다. 누군가 용기 있게 들려준 당신의 인생이 고맙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아지랑이 같던 말들을 잡아 글이 되는 시작점에 우리 책방이 있다는 그 사실이 쿵 하고 마음을 울린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굳이 책으로 출판하지 않더라도 오늘의 나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출판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쓰는 만큼 후련해지는 게 글쓰기가 아니던가. 오늘 쓰인 또 한 줄의 문장이 우리를 어디로 끌어당길지 알 수 없기에, 우리 책방은 오늘도 글 쓰는 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책방 문을 열어둔다.

인천/글·사진 김한솔이 작가·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대표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165번길 26(부평동) 1층

blog.naver.com/two_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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