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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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에세이
김명순 지음, 박소란 엮음 l 핀드 l 1만4000원 김명순(1896~1951)은 등단 제도를 거친 한국 최초의 여성이자 역시 여성으로는 최초로 작품집을 낸 이다. ‘김탄실’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그는 또한 김동인의 단편소설 ‘김연실전’(1939)의 모델로도 알려졌는데, 악의적 왜곡과 성적 편견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 대해서는 후배 작가 정이현이 ‘이십세기 모단걸-신 김연실전’(2002)이라는 단편으로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시인 박소란이 엮은 김명순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는 동인 유의 비난과 모함에 상처 입고 고통받은 김명순이 사랑과 자존으로 인생과 문학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몸부림을 담았다. 1918년부터 1936년까지 쓴 글들이 묶였지만, 동인의 소설로 대표되는 공격과 그에 대한 각오를 짐작할 수 있다. “아— 비웃는 이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실연자라고 오래 비웃어왔다. 하나 불행히도 당신들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한 처녀가, 불의의 능욕을 받고, 살기를 원해서, 썩은 기둥으로 기왓장을 받쳐온 것을 도무지 헤아려주지 못했다./ 당신들은 나를 비웃기 전에 내 운명을 비웃어야 옳을 것이다. 나는 이 지경에 겨우 이르렀어도 힘 있는 대로 싸워왔노라.”(‘대중없는 이야기’) “혼자 고립된 나를 모든 추한 감정으로 욕한 것에 이를 갈고 있다”(‘이상적 연애’)던 그가 “탄실아, 이제 한 번은 단지 너를 위하여 일어나보자”(‘네 자신의 위에’)고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은 연민과 공감을 아울러 자아낸다. 엮은이 박소란 시인은 “여러 불행의 증거에도 그는 결코 지치거나 꺾이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선배 문인을 평가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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