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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불혹’할 수 없는 나이, 마흔이라 읽는 니체 [책&생각]

등록 2023-02-24 09:47수정 2023-02-24 11:55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니체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장재형 지음 l 유노북스(2022)

공자는 나이 마흔을 일컬어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마흔이 되면 주변에 미혹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마흔이 되면 정말 웬만한 일에 미혹되지 않을까? 마흔이 불혹이라는 말은 정말 옛날이야기다. 마흔이 되면 삶이 익숙해지고 만만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평균 연령이 늘어나고 생애주기가 달라지면서 마흔은 이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흔들리는 시기가 돼버렸다. 오히려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불혹의 경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흔은 인생 중반을 지나는 과도기다. 뭘 새로 시작하려니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안 하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애매한 나이다. 마흔은 젊음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면서 어떤 인생의 후반전이 펼쳐질지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정신분석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나라 서점가에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 마흔을 위한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마흔에 읽는 니체>(유노북스), <김미경의 마흔 수업>(어웨이크),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더퀘스트), <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서삼독) 등, 마흔 즈음에 접어든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2022년 9월 출간된 <마흔에 읽는 니체>는 마흔을 주제로 한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다. 출간 5개월여 만에 이미 10만 부가 넘게 팔린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삶과 사상에서 마흔 이후 인생 후반전을 살아갈 지혜를 찾는다. “신은 죽었다”라는 아포리즘을 통해 인생에 있어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니체는 누구보다 삶을 주도적으로 치열하게 살아낼 것을 강조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니체 전집> 21권을 치열하게 읽으며 주옥같은 아포리즘을 수집한 서평가 장재형은 <마흔에 읽는 니체>를 통해 수많은 인생의 난관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한 니체를 마흔이 닮아갈 만한 인물로 소개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신경쇠약, 위장 장애, 가슴 통증, 우울증, 정신착란 등과 싸우면서 자기 자신과 투쟁해온 니체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을 전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마흔에게 인생의 나침반을 선물한다.

나의 마흔은 어떠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서른 즈음에는 나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마흔 즈음에는 어떤 고민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흔 즈음 주된 관심사가 나 자신에게 있지 않아서였는지 모른다. 그즈음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회사에서는 대표로 직원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하느라 분주했고, 집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연년생 두 아들과 함께 놀아주느라 바빴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열심이었다. 나의 마흔은 나 자신이 아닌 세상이 나에게 부여한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그렇게 나의 사십 대는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러고 보면 무언가에 쫓겨 오히려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나의 마흔에 비해 지금의 마흔은 얼마나 더 불안하고 초조할까. 삶이 고단하다고 느끼는 지금의 마흔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북칼럼니스트, 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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