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 ‘살롱드마고’에는 세 가지가 없다. 입시용 참고서나 문제집,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는 자기계발서, 평생 권위를 누린 남성 문학가들의 작품집. 대신 다른 세 가지가 있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인문서, 다양성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장르별 도서들, 그리고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 살롱드마고 곳곳에는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포스터와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 왠지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마 살롱드마고만의 북큐레이션과 지향이 공간에 그러한 색을 입히고, 힘을 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롱드마고는 2015년 남원시 산내면에서 여성주의 문화단체 ‘문화기획달’의 활동공간이자, 마을 여성들을 위한 창작·교육 공간으로 출발했다. 이후 조직을 재구성하며 ‘협동조합마고’를 창립하고 3년 전 활동지를 남원시청 옆으로 옮기면서, 살롱드마고를 지역서점이자 페미니즘 문화공간으로 다시 열게 되었다. ‘살롱’은 과거 유럽에서 문학가와 예술가, 철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사교활동을 하는 장이었는데, 주로 귀족 여성이 공간의 주인이거나 모임을 주도했다고 한다. ‘마고’는 지리산 여신의 이름으로, 신성한 창조주로서의 힘을 상징한다. 우리는 살롱드마고가 그 이름들의 유래처럼 지역 여성들이 만나고, 공부하고, 각자의 재능과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함께 힘을 나누고 성장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책방이 단순히 책 파는 곳을 넘어,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원 같은 농촌마을 위주의 소도시 지역에서는 문화적 갈증과 욕구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려운데, 살롱드마고에서 여는 글쓰기모임이나 독서모임, 타로 워크숍,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이자 실험무대가 된다. 특히 가부장적인 지역사회에서 성역할을 강요받는 여성들은 책방에서 같이 글을 쓰고 뜨개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잊거나 잃었던 자신의 꿈과 목소리를 되찾는다. 지난해 글쓰기모임 참여소감 중 “이제 주변을 배려하느라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말은 우리에게 울림을 주었다. 공동체의 좁은 관계망 속에 ‘나’를 드러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책방에 와 위로와 지지를 경험하고, 자신의 삶에서 다가오는 도전과 두려움에 맞설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미국의 장애인권여성운동가 해릴린 루소는 책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책세상)에서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우리의 다름이 아니라 침묵”이라 했다. ‘다른’ 존재와 말을 품어주는 울타리가 넓어질수록 우리는 더 자유롭고 충만해진다. 살롱드마고의 고요한 서가에서, 경청을 약속하는 모임 테이블에서, 매일 침묵이 깨진다. 그곳에 ‘다른’ 말이 자란다.
남원/글 ‘달리’ 살롱드마고 책방지기, 사진 책방지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