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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불이야’ 다급함이 ‘부랴부랴’로…맛있는 우리말 [책&생각]

등록 2023-06-16 05:00수정 2023-06-16 11:19

의성의태어의 발견
어휘에 풍요로움을 더하는 우리말 공부
박일환 지음 l 사람인 l 1만7000원

개코도, 쥐코도, 하찮고 보잘것없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두 단어가 합쳐진 ‘개코쥐코’는 쓸데없는 이야기로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비슷한 말로는 ‘씩둑꺽둑’이 있다. 홍명희가 쓴 소설 <임꺽정>에는 “마주 누워서 이런저런 소리를 서로 씩둑꺽둑 지껄이고…”라는 문장이 있다. 현대 사람들에게서 잊힌, 또는 평소 입 밖으로 잘 꺼내지지 않는 우리말을 발견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말은 그렇게 불리게 된 근원이 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의미가 더해지고 발음하기 좋게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모양을 가리키는 ‘어우렁더우렁’은 어울렁더울렁으로 더 자주 쓰이고 있다. 불이야불이야하며 다급하게 외쳤던 소리는 ‘부랴부랴’로 압축되어 쓰인다. 총이 아닌 화살을 쏘던 시대, 살이 빠르게 날아오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불이야살이야라고 외쳤다. 그런 순간이 ‘부랴사랴’라는 단어로 남았지만 화살을 사용하지 않는 현재는 잊히고 있다. ‘흥청망청’이라는 표현은 조선의 연산군이 모집한 기생인 흥청들과 난잡하게 놀았다는 조선왕조실록 내용에서 출발한다.

우리말은 단어의 모음, 자음을 바꿔가며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맛이 난다. 큰 개들은 멍멍 짖지 않고 ‘컹컹’ 짖어야 한다. ‘캉캉’ 짖는다고 하면 작은 개가 성이 나서 큰 소리로 짖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개가 몹시 짖을 때는 ‘껑껑’이라고 하지만 병아리들은 ‘뿅뿅’ 운다고 한다. 분봉하려고 통 밖에 나가 한데 모여있는 벌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수봉기를 대고 모아들이는 소리는 ‘둬둬’라고 표현한다.

책의 저자는 전직 국어교사이자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30년 집필 활동 동안 국어사전을 탐구하며 우리말의 맛을 느끼고 아껴왔다.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중심으로 그 맛을 소개한다. 조로롱조로롱(새나 아기 등이 예쁘게 소리내는 모양), 화닥화닥(몸이나 쇠따위가 뜨거운 기운에 놀라 잇따라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양)과 같이 새로 태어나는 말과 소로소로(살살의 옛말)나 당싯(방긋의 옛말)과 같이 사라지는 말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저자는 말의 생명력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자주 옮겨지며 사용될 때 유지되는데, 사전에서 우리말이 사장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한다. 발밤발밤(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 모양) 댕글댕글(막힘없이 책을 줄줄 읽는 모양, 또는 소리) 책을 읽어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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