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2023)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을 보며 착잡한 심정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다. 인류가 맞이한 비상상황인 기후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보다는 검색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이른바 ‘쩐의 전쟁’을 치르는 꼴이 영 마뜩잖다. 거기에 결국은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는 자본의 욕망에 등골이 오싹한다. 오늘에 재현된 에리직톤 신화의 끝은 어떻게 될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이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아주 이른 시기에 더 개선된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하는 바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의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구본권의 <메타인지의 힘>은 오늘의 긴박한 상황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상태를 자각하는 능력으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이른다. 지은이는 이 점을 인간과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라 말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빠르게 연산하고 추론하고 사람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메타인지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뇌는 합리적이지 않고 합리화할 뿐’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짐작하는 바와 달리 인간의 뇌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합리적 상황을 피하는데, 뇌의 인지적 자원을 최대한 아끼려고 해서다. 이를 일러 인지적 구두쇠 성향이라 한다. 정전사태를 막으려고 예비전력을 준비하듯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인지적 여유 자원을 확보해두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회피 심리 탓도 있다. 새로운 정보로 불편한 상황이 되면 뇌를 속여서 기존 상식에 걸맞은 방식으로 정보를 비틀어 받아들이는 성향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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