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에이젠더 여성 물리학자의 과학은 늘 차별과 중첩된다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 지음, 고유경 옮김 l 휴머니스트 l 2만2000원 ‘검다·어둡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멜라스’에서 따온 멜라닌이 권력을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피부에 유멜라닌(검은색과 갈색으로 나타나는 멜라닌의 한 종류)이 많은 흑인은 백인보다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멜라닌이 인기 있는 연구 주제가 된 이유가 멜라닌 색소가 적은 백인이 피부암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과학의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부정의한 일이다. 저자는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물리학·천문학과 교수로 여성학·젠더학도 가르치는 이론물리학자이다. 우주론·중성자별·암흑물질을 주로 연구하고 흑인 여성의 시각으로 과학, 기술, 사회를 바라봐왔다. 좋아하는 과학을 탐구할 뿐인데 흑인 에이젠더(자신의 성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젠더 정체성)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공격받고 상처받아왔다고 고백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피부에 멜라닌이 많든 적든 누군가의 판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갈하는 그는 과학계에 만연한 흑인 여성 혐오를 저격한다. 책은 2021년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최고의 과학책, 엔트로피 매거진 2020~2021년 최고의 논픽션 등을 수상했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이 자신에게 보여줬던 반흑인정서의 기원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제국주의·식민주의의 역사가 우리를 옭아매고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낳았다고 애정 있게 바라본다. 이방인이지만 한국 사회, 조직들에 켜켜이 쌓여 있는 권위주의와 편견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이유는, 그 구조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비판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아둔한 이들에게 그는 외친다. 주류에서 벗어나보라, 소수자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라, 모두가 꿈을 꿀 권리가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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