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은 청일전쟁이 발발한 지 130년이 되는 해다. 사진 속 일본군이 든 소총은 무연화약을 처음 사용한 무라타 22년식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청일·러일전쟁의 현장을 가다
홍용덕 지음 l 동연 l 2만8000원 내년이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어난 지 각각 130년, 120년이 된다.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립 속에 또다시 동아시아에 몰려오는 불길한 먹구름은 그때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 세기 국권의 상실도 국토의 분단도 한민족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뤄졌다. 그리고 오늘날도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해답을 얻기 위해 지은이는 최근 수년간 20세기 한반도 운명에 영향을 끼친 웨이하이와 뤼순, 오키나와, 하기, 시모노세키 그리고 강화도와 거문도 등 청일·러일 전쟁과 동아시아 근대사의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두 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동아시아 국제관계사’를 썼다. 1장 ‘충돌하는 두 세계의 질서’에서 11장 ‘러·일전쟁’에 이르기까지 11개 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청일·러일 전쟁을 꼼꼼히 복기한다. 이를 통해 당시 ‘그레이트 게임’ 속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의 열강이 어떻게 일본과 한반도를 놓고 거래하며 그 결과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병합되었는지 살펴본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한반도 분단체제도 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열강의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분할안에서 시작됐다.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단련된 간결한 문체로 당시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 논의의 과정을 대화체로 생생하게 묘사한 대목도 속도감 있게 읽힌다. 메이지 유신이 움튼 일본 하기 시의 시골 마을, 청일전쟁 당시 중국이 무릎을 꿇은 웨이하이의 류궁다오, 중국 근대사의 절반이 묻힌 뤼순 시 등 역사의 현장을 담은 9개 도시와 섬 이야기를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덤으로 실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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