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요새 ‘작가’란 말 대신 ‘커뮤니케이터’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글을 써서 출판물 등을 통해 독자와 만나는 일에만 종사하지 않고, 다른 방면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을 담았겠지요. 강연을 한다거나, 티브이나 유튜브 등에 출연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서 지식과 의견을 전파한다거나…. 일방적인 ‘발신’이 아니라 ‘소통’을 한다는 강조의 뜻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터’란 말이 보편적으로 정착한 것은 아니라서, 아직까진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이 용어를 주로 쓰시는 듯합니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오랜 ‘과학 대중화’ 노력의 결실인지 과학이 대중의 폭넓은 관심사로 자리 잡으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이름으로 영상물이나 출판물을 가리지 않고 지식과 의견을 전파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역사 커뮤니케이터’는 주로 영미권 저자들에 대한 소개에서 봤었는데, 최근에는 국내 저자 소개에서도 보입니다. 드물지만 ‘철학 커뮤니케이터’, ‘문학 커뮤니케이터’를 자칭하는 분들도 있고요.
출판문화가 존중받던 시절에는 아마도 ‘작가’라는 명칭이 영상 매체 등 출판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데 유리했을 것입니다. ‘작가’가 조금씩 ‘커뮤니케이터’로 대체되어 가는 지금, 출판문화의 위상은 과연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걸까요?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는 여러 책의 저자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에서 따온다는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의 칼럼을 읽으며, 시대의 변화를 새삼 벅차게 느낍니다. 부질없는 피해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