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세계사 1·2
지구 생성부터 기후 재앙 시대까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세트 4만8000원
기후는 힘이 세다. 대양과 대륙을 넘나든다.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아프리카에서의 노예 수출이 줄었다. 농업생산량이 달라지면, 노예를 사들인 사람들이 노예들이 먹는 식량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따라 오르기 때문이었다. 태양 활동이 적었던 소빙하기(16~19세기) 유럽에서는 포도 수확량이 줄어 포도주 가격이 오르자 그 대체품으로 맥주 수요가 늘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지붕에 설치한 태양 전지판을 자랑하며 에너지 전환 의지를 보였지만, 중동의 석유국가들이 유가를 끌어올리며 맞섰다. 지금까지도 각 국은 에너지 전환 과제를 두고 갈등한다.
‘실크로드 세계사’를 쓴 역사가 피터 프랭코판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열쇳말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로 국경과 삶이 바뀌는 순간을 소환하며 역사의 지평을 넓힌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역사적 기록과 함께 동위원소 나이테, 얼음 시료, 꽃가루 등 자연의 기록도 상세히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현상인 이상 기후는 자연 재난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질병의 창궐·혼란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재난의 직접적 원인까지는 아니다.
소빙하기 시대, 중국 명나라를 멸망시킨 이상 기후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와 베네룩스 3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명나라처럼 멸망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먼저 인식한 위정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한 덕분이었다. 결국 기후변화는 기존의 취약성을 가속화하고 산적한 불평등을 드러내기 때문에 위협이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비밀 역시 이 사회 안에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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