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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전다시읽기] 우리는 문명의 식민지/박혜영

등록 2006-04-13 21:48수정 2006-04-14 14:13

인도 독립의 아버지 모한다스 간디. 젊은 시절 평범한 식민지 지배층 지식인이었던 간디의 일생은 영국과 남아프라카에서 식민지 민중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180도 바뀌게 된다. 간디가 자신이 인도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이유와 깨달음을 쓴 책이 바로 <힌두 스와라지>다. 이 책에서 간디는 진정한 독립과 자치는 무엇인지 설파한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모한다스 간디. 젊은 시절 평범한 식민지 지배층 지식인이었던 간디의 일생은 영국과 남아프라카에서 식민지 민중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180도 바뀌게 된다. 간디가 자신이 인도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이유와 깨달음을 쓴 책이 바로 <힌두 스와라지>다. 이 책에서 간디는 진정한 독립과 자치는 무엇인지 설파한다.
인도사람이 영국사람 내쫓더라도
영국적인 삶 추구하는 한 영혼의 노예
사랑 담아 가족들의 빵을 내손으로 만드는 것이
영국 몰아내는 비폭력 저항
산업문명에 맞서야 행복 충만한 자치 가능
고전 다시읽기/간디 <힌두 스와라지>

1819년 영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였던 맨체스터의 광장에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들이 한 개혁운동가의 연설을 듣기위해 모여들었다. 그들은 평화롭게 경청했고, 그곳엔 여성과 어린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청중이 약 5만 명으로 늘어나자 겁먹은 영국정부는 곧바로 기마병을 급파하였고, 이들을 무참하게 학살하였다. 다만 인간다운 삶의 개선을 염원했을 뿐 이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유명한 ‘피털루 대학살’이다.

그로부터 약 사십년 뒤 영국정부는 자국민에게 저질렀던 똑같은 만행을 인도민중들에게도 저질렀다. 1857년에 일어난 반영(反英)저항운동인 세포이 항쟁이 그것이다. 세포이 용병들의 반란에서 시작된 이 항쟁은 인도민중들의 자생력을 무너뜨린 동인도회사의 경제적 착취, 종교적 분란을 조장하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정책, 그리고 인도인에 대한 무거운 세금 때문에 촉발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반란을 일으킨 인도용병들은 입에 폭탄을 채워 산산 조각내 버렸고, 인도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민중들의 저항은 무차별 학살로 잔인하게 진압하였다. 이때부터 인도가 해방된 1947년까지의 근 백년동안 영국은 무력에 의지하여 자기보다 열배나 더 큰 나라를 식민지로 ‘개발’할 수 있었다. 산업화의 상징인 철도가 인도 곳곳에 개설되고, 맨체스터의 면직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높은 소금세가 부가되고, 영국식 근대교육이 실시되었다. 전근대적이었던 인도가 마침내 영국처럼 근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시절의 모한다스 간디 역시 이 영국식 ‘근대문명’을 전수받기위해 변호사의 꿈을 안고 영국유학길에 올랐다. 물론 당시 식민지 지식인들에게 근대교육이란 결국은 이들을 식민지 종주국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자국민을 억압하는 지배엘리트로 키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간디의 일생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영국과 남아프리카에서 식민지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본 간디는 일대 사상적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전환적 깨달음을 적은 글이 바로 <힌두 스와라지>이다. 1909년 영국에서 남아프리카로 가던 배안에서 “쓰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열흘간 선실에 처박혀 양손으로 밤낮없이 써내려간 275쪽의 이 원고에는 바로 인도민중의 진정한 독립과 자치에 관한 간디의 고민과 깨달음이 기록되어 있다.

간디, 선실서 밤낮없이 쓴 깨달음

가상의 독자와 편집자간의 문답형식으로 씌어진 이 책은 인도의 종교적 갈등과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유, 인도독립의 의미와 그 구체적 방법으로서의 비폭력 저항에 관한 답변이 들어있다. 하지만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단순히 인도의 독립과 자치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간디는 1909년에 벌써 끝없는 식민지 약탈에 토대를 둔 서구산업문명이 앞으로 인류사회의 큰 재앙이 될 것임을 예언하였다. 더 나아가 간디는 인류전체의 진정한 독립과 자치란 자급자족의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치적 민주주의로만 가능하다고 예언하였다. 왜냐하면 산업화란 항상 안으로는 저렴한 노동력을 위한 내부식민지를, 밖으로는 값싼 원자재와 독점적 시장공급을 위한 외부식민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피털루 항쟁과 세포이 항쟁은 결국 같은 저항인 것이다.

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간디는 영국인들의 ‘힘’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동인도 회사가 처음 설립될 때 인도인들은 돈을 벌러온 영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돈을 벌고 싶어 영국상인들을 맞아들였다는 것이다. 영국군대는 이 상업활동을 보호하기위해 뒤따라왔을 뿐, 영국에게 인도를 넘겨준 것은 물질적 성공, 산업발전과 같은 ‘영국적인 것’을 바라는 인도인들의 마음이라고 보았다. 영국처럼 산업강대국이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영국이 물러나길 바란다면 인도독립이란 그저 “영국인 없는 영국식 통치”일 뿐 진정한 스와라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도인들이 “호랑이는 원치 않으면서 호랑이의 본성을 원하는 한”, 다시 말해 ‘영국문명’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한 인도자치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명은 영혼 병들게 하는 미신

간디는 왜 인도가 식민지가 된 것이 영국 때문이 아니라 현대문명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을까? 왜냐하면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부추기는 현대산업문명으로 사람들이 오로지 육체적 안락과 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철도의 발달로 물건을 더 비싼 시장에 내다팔게 되었고, 증기기계의 도입으로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웃과 가족을 아끼는 대신 ‘돈’을 섬기게 되었고, 더 잘 입고,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이 축적하는 것이 문명이라고 믿는 현대적 미신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 미신에 빠지자 인간영혼은 고독하게 병들고,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그악스러워지고, 몸은 끝없는 물질의 노예가 되었다. 간디는 이런 현대문명이야말로 마치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아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믿게 되는 폐병처럼 겉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여도 결국은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악이요, 질병이라고 단언한다.

현대산업문명이란 재생불가능한 화석연료에 토대를 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문명이다. 기계중심의 산업문명에서는 인간도 그저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그 곳에서는 개개인의 사리사욕의 추구가 영웅적 행위로 간주되고, 물질적 빈곤은 생존경쟁에 뒤처진 무능함의 표시가 된다. 따라서 돈이 없다는 것은 농적(農的)인 삶에서는 그저 존재의 고통거리지만 도시산업사회에서는 존재의 사멸을 가져온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도 역사도 없고, 인간적 존엄성과 위엄도 지킬 수가 없다. 간디는 인도가 비록 영국인들을 내쫒더라도 이런 ‘영국적인 삶’을 추구하는 한 영혼의 노예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식민지적 억압과 산업자본주의의 착취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그 방법은 영국산 면직물을 거부하고 인도의 전통적인 가내수공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또한 독과점으로 높은 세금을 물리는 정부의 소금을 거부하고 직접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식민지의 근간인 산업자본주의에 협조하지 않는 길은 민중 스스로가 생필품은 자급자족하고, 이웃끼리는 사랑으로 돌보고, 개인의 영혼은 명상과 청빈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랫동안 내려온 민중들의 이런 자립과 자치의 삶의 기술을 되살리는 것이 바로 간디가 말하는 비협조, 비폭력의 저항이다. 간디에 따르면 내 안의 ‘영국’은 사랑을 담아 가족들의 빵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때 몰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간디는 결코 산업화나 경제성장으로 인도가 식민지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최대다수의 최대 선’이 아닌 모든 인류가 고르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마을 단위의 자립과 자치를 이룩해야하고, 산업사회가 아닌 농업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농촌 공동체 회복 진정한 독립

박혜영/인하대 교수·영문학
박혜영/인하대 교수·영문학
그로부터 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간디가 말한 스와라지를 이룩했는가? 현대문명의 세례를 듬뿍 받은 우리는 일생의 대부분을 부동산 가격이나 따지고, 주식이나 사고팔며, 높은 연봉을 쫒아 이리저리 떠도는 데에 탕진한다. 정부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농토를 갈아엎고, 갯벌을 메우고, 산이나 뚫는데 국정임기를 다 낭비한다.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아일랜드가 영국과 같은 대공업국이 되고자 한다면 결국 아일랜드는 망할 것이다. 진정한 독립과 행복은 공장의 굴뚝연기가 아니라 늦가을 가을걷이하는 곳에서 나온다.” 간디와 예이츠의 지적처럼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공동체를 돌보지 않는 나라는 결코 진정한 자립과 자치를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책속으로

“영국은 인도를 취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영국에게 인도를 넘겨준 것입니다. 영국인이 힘이 있기 때문에 인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영국인을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명제를 입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인들은 원래 무역을 하러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바하두르(동인도)회사를 떠올려보십시오. 누가 그것을 바하두르로 만들었습니까? 영국인들을 애초 왕국을 건설할 때 아무런 의도도 없었습니다. 누가 그 회사의 직원들을 도와주었습니까? 누가 그들의 은을 보고 마음이 혹했습니까? 누가 그들의 상품을 샀습니까? 역사는 이 모든 일을 우리가 했다는 사실을 증언합니다. 단번에 부자가 되려고 우리는 그 회사 직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습니다.” (인도가 왜 식민지가 되었는가라는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자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 획득해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얻어주는 것은 자치가 아니라 외치다. 영국인을 쫒아낸다 하더라도 당신들이 자치를 획득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치를 무기의 힘으로 획득할 수는 없다. 폭력은 인도의 토양에서 결코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적으로 혼의 힘에 의존해야만 한다.” (자치의 의미에 대해 독립운동의 강경파에게 주는 조언)

서평자 추천 도서

힌두 스와라지

마하트마 간디 지음, 안찬수 옮김

도서출판 강 펴냄(2002)

(읽기 편한 최근에 나온 번역서)

간디 평전

제프리 애시 지음, 안규남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2004)

(간디의 사상과 운동을 충실히 재현한 평전)

50자 서평

◇ knulpia(인터넷서점 예스24 회원리뷰)=“우리가 ‘대세’라고 믿고 살아가는 문명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어 있으며, 어떻게 살아갈 때 이 ‘대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준다.”

◇ 김혜민(부산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평생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맑고 고요한 투사, 간디. 그의 영혼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다.”

◇ 이혜정(회사원)=“이 책을 읽는 내내 간디와 함께하는 심층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토론의 주제는, 한 개인 또는 한 민족이 이를 수 있는 진정한 자치(自治)란 무엇인가?”

▽ 다음주 이후 고전 <힌두 스와라지> <김수영전집2권-산문> <문명화 과정>의 50자 서평에 참여해주세요. 전자우편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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