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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익은 실체 모호·일우익 모방”

등록 2006-05-19 19:21수정 2006-05-19 19:24

주진오 교수 교과서포럼 겨냥 실명 들어 비판
6개 역사학 단체 ‘교과서 논쟁’ 오늘 토론회
‘신우익 역사관’ 진보학계 도마에 오르다

신우익(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한 본격 비판이 시작됐다. 그동안 ‘수준 이하’라며 맞상대를 피했던 진보학계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다. 신우익 세력이 내용 없이 몸집만 불리는 상황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뜻이 강하다. 관련 학자들에 대한 실명비판, 그들의 근대패러다임에 대한 비판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각각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 아직은 ‘입론’의 성격이 강한데,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정교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역사문제연구소 등 6개 단체는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교과서 논쟁, 이렇게 하자’를 주제로 특별 심포지엄을 연다. 신우익 역사관에 대한 비판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에 대한 견해를 담아 발표·토론할 예정이다.

주진오(사진) 상명대 교수의 발표문이 단연 눈길을 끈다. 신우익 역사관을 대표하는 ‘교과서 포럼’ 인사들을 실명 비판했다. ‘교과서 포럼의 실체와 의도’가 발표문 제목이다.

우선 신우익을 자처하는 세력을 도마에 올렸다. “북한의 논리를 수용해 식민지반봉건론과 주체사상을 퍼뜨렸던 극단적 집단이, 당시 양식있는 학자로서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이제 친북좌파라는 색깔론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나마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의 대부분은 ‘신우익’도 아니라는 게 주 교수의 분석이다. “강제징집을 당했다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학자라고 하기 어려운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 정도가 ‘신우익’에 부합하는 인물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수언론에서 보수논객으로 총애를 받아온 ‘구우익’”이라는 것이다.

신우익은 경제성장 담론을 중심으로 한 학자 집단과 반공반북 이념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집단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평택 대추리 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자유민주 및 공권력 수호 비상국민회의’의 기자회견 모습. 이 모임은 뉴라이트전국연합, 자유시민연대, 기독교 사회책임 등 이른바 신우익 지향의 단체들이 함께 결성했다. <연합뉴스>
신우익은 경제성장 담론을 중심으로 한 학자 집단과 반공반북 이념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집단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평택 대추리 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자유민주 및 공권력 수호 비상국민회의’의 기자회견 모습. 이 모임은 뉴라이트전국연합, 자유시민연대, 기독교 사회책임 등 이른바 신우익 지향의 단체들이 함께 결성했다. <연합뉴스>

“이들 대부분은 1980년대 이 땅을 떠나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회과학자”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주 교수는 “귀국 뒤 이들은 반독재 민주화가 대세를 이룬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보수학계와 보수언론을 발판으로 삼았다”고 짚었다. 그리고 “보수언론은 이들을 대서특필해 마치 역사학계에 대단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된 것으로 대중들이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물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영훈 교수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안 교수는 최근 출범한 뉴라이트재단의 대표를 맡았는데, 보수언론은 “연옥을 통과하는 지적 고뇌 끝에 전향한 좌파 경제사학자”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주 교수는 “22년 전인 1984년에 이미 (식민지반봉건론에서) 중진자본주의로 전향했던 그가 어떻게 좌파 경제사학자인가”라고 되물었다. 좌파 사회과학이라 부를 만한 학문은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주 교수는 안 교수의 지위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학자 집단 사이에서 “스승을 우두머리 삼아 수직화된 우리 학계의 ‘패거리 문화’” 때문에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안 교수의 제자 집단 가운데 대표적 학자다. 주 교수는 이 교수에 대해 “현재 교과서포럼에서 가장 중심적 구실을 수행하면서 한국사 전반에 걸친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지만, “조선후기와 일제하 경제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거친 주장을 하고, 일부 논쟁에서 보인 논리적 비약과 정치사에 대한 무지는 도를 넘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중심이 된 교과서포럼은 “일본의 극우단체인 ‘새역모’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민족주의를 해체하자는 그들의 국제협력노선은 사실상 친일·친미세력을 찬양해 사대주의를 반복하자는 것”이며, 이들이 현 정부의 이념과 직결시키며 문제삼는 현행 역사교과서는 “신한국당 집권 때 만들어진 집필 지침에 따라 김대중 정권 때 검인정이 이뤄진 것으로, 현 정권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 대해 허장성세를 부리기 위해 급조된 조직인 교과서포럼은 보수언론이 대서특필할 정도의 실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최근 뉴라이트재단을 출범시킨 것도 그 세력이 강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부진한 활동을 돌파해 보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병직, 신지호 교수 등의 전향한 ‘신우익’과 반공반북이념을 중심으로 한 ‘구우익’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주 교수의 발표문은 이례적이다. 그는 발표문에서 “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비논리적이고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말들을 제정신을 갖고 읽어내는 일은 참으로 힘든 작업”이라면서도, 진보학계가 신우익의 공세에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지난 7차 교육과정 당시 진보적 역사학계는 전혀 준비 없이 개별적으로 참여했다가 시비를 감당하고 있다”며 “이제 진보적 역사학계는 교과서 문제를 개인의 차원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심포지엄에서는 양정현 부산대 교수와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 등도 역사교과서 및 역사교육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신우익의 역사인식에 대해 비판한다. 문의 (02)6277-0405.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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