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 ’ 첫 남쪽 학술대회
‘어문 규범 통합 어렵다’ 현실성 논쟁
‘표준어·문화어 비교사전’ 가능할 듯
‘어문 규범 통합 어렵다’ 현실성 논쟁
‘표준어·문화어 비교사전’ 가능할 듯
사상 첫 남북 공동 국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을 둘러싼 국내 학자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 고은)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백범기념관 대회의장에서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방향과 역사적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공동 편찬사업을 놓고 남북 국어학자들이 공동학술대회를 펼친 적은 있지만, 국내 학자들끼리 이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선 <겨레말큰사전> 발간의 현실성을 놓고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적 토론이 벌어졌다. 남북공동편찬사업회 바깥에서 이 일을 지켜봤던 국어학자들이 우려와 비판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남북 어문규범 통합 등 여러 현실적 난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김정수 한양대 교수는 “(공동사전 편찬의) 당위성보다 가능성을 먼저 진지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남쪽을 대표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아직 남쪽에도 온전한 국어사전이 없는데, 절반의 참된 표준도 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절반과 합친다고 온전한 하나가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남영신 국어운동본부 대표의 문제 제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이뤄졌다. 남 대표는 “남북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거나 정치 환경이 악화되면 이 사업은 곧 답보 상태에 빠지거나 중단될 수 있다”며 “<겨레말큰사전>은 단기간 안에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남 대표가 생각하는 공동사전은 ‘통일사전’이라기보다 ‘비교사전’이다. “남북의 어휘와 표현을 쉽게 대비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국어사전”이 그것이다. “남북 학자들이 (어문규범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 소장은 하나의 ‘우회로’를 제안했다. 최 소장은 “<겨레말큰사전>이 표준어, 문화어, 생활어, 고장말 등을 아우르는 사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단번에 이뤄내기는 어렵다”며 “그 전에 <표준어·문화어 비교사전> 정도를 먼저 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지난해 2월 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본격화됐다. 남북 국어학자들이 참가한 편찬위원회는 오는 2009년까지 30만여 어휘를 담은 남북 단일 국어사전을 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북 학자들이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어문규범 통일, 올림말 선정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