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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생명사상의 문학적 표현은 말 줄임”

등록 2006-07-07 19:09

반세기 동안 쓰며 내린 결론 ‘시는 뜻’
2년새 다작 활동…작품 수 줄일 것
생명·평화가 아시아 전통 두 기둥
[이사람] 새 시집 2권 낸 김지하씨

“열여섯 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어언 반세기가 됐습니다. 그 끝에 이른 결론이 ‘시는 뜻이지, 이미지 범벅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시인 김지하(65)씨가 두 권의 새 시집 〈새벽강〉과 〈비단길〉(이상 시학)을 한꺼번에 내놓고 7일 기자들과 만났다. 2004년 11월 낸 〈유목과 은둔〉에 이어 2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200~300쪽 분량의 시집 두 권을 새로 펴냈으니 상당한 다작이다.

〈비단길〉에는 〈시 쓰기〉라는 제목의 시도 실려 있는데, 여기서 시인은 이렇게 적고 있다. “다/늙어서//더 늙은 계관시인/고은으로부터//한 가지를/배운다//(…)/다작 습관을 배운다”

“허름한 시를 쓰라는 조동일 형의 충고도 있고 해서 볼펜과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허튼생각이라도 떠오를 때마다 시를 쓰고는 했어요. 그러다 보니 또 너무 다작을 하는 것도 같아서 이제는 조금 줄이려고 합니다.”

〈비단길〉이 지난해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여행하고서 쓴 기행시들을 모았다면, 〈새벽강〉의 시들은 시인의 내면과 근황을 좀더 투명하게 보여준다. 늙음과 죽음, 모심과 침묵, 흰 그늘의 미학 등이 시집에서 되풀이 노래되는 그의 내면 풍경들이다.

“말의/자발적 가난은/이제/시 이상이다//그것은/개벽,”(〈가난〉)

“저기 저/눈 쌓인 산정 산정 산정/푸른 못가에//한 송이 꽃/피리니//나다.”(〈내 길〉)


시인의 근작들은 말을 극도로 줄이고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를 가능한 한 비우고 띄우는 성긴 형태를 보인다.

“생명사상의 문학적 표현이 어떤 것일까요? 말의 절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말의 과잉과 비유의 범람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시인은 지난달 하순 제4회 대회가 열린 세계생명평화포럼을 ‘다보스 포럼’과 ‘세계사회포럼’에 이은 제3의 포럼으로 키우는 게 지금 자신의 가장 큰 관심이라고 했다.

“생명과 평화가 아시아 전통사상의 두 기둥이라는 걸 지난해 여행에서 확인했어요. 이제는 이런 가치를 특히 한류와 연계시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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