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즐기던 늦깎이 대학생 프랑스 유학 ‘고음악’ 듣다가
민속음악 예술성 재발견 “우리 음대는 왜 국악 홀대하죠?”
민속음악 예술성 재발견 “우리 음대는 왜 국악 홀대하죠?”
인터뷰/‘세계의 민속음악’ 쓴 박창호씨
음악 마니아들은 일정한 진화 패턴을 갖고 있다. 이를 테면 국악 마니아들의 진화 패턴은 판소리→산조→정악이다. 판소리가 첫 대면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인상파라면, 산조는 정갈하지만 화려한 칸딘스키의 추상화이고, 정악은 직선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몬드리안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익숙한 것 대신 낯선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화의 전 단계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외식을 많이 하는 사람이 조미료가 덜 들어간 음식을 찾는 이치와 같다고 할까.
이 공식을 클래식에 대입하면 (모던)클래식→고음악→민속음악이다. <세계의 민속음악>(현암사 펴냄·1만6500원)의 저자 박창호(56)씨의 진화 패턴이 그랬다. 33살에 늦깎이로 대학(서강대 철학과)에 들어가, 조카 뻘의 동기들과 함께 클래식 동호회를 만들었을 정도로 그는 소문난 클래식 애호가였다. 음악을 좋아했던 부모님 덕이었다. 80년대 초반, 최루탄 연기에 지친 동생들은 그가 데려간 클래식 다방에서 상처난 영혼을 달랬다.
“그렇게 제가 클래식을 가르친 동생들이 음악잡지 기자가 되고 음반사 직원이 됐어요. 그 친구들이 프랑스에 유학을 간 저에게 음반해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특히 (서양)고음악이나 (세계)민속음악은 프랑스가 가장 앞서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 전문가가 됐다. 도서관이나 고문서 보관소를 뒤졌고, 희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세계의…>에는 그렇게 모은 자료가 담겨있다. 각 문명의 고유 악기가 나타나는 옛 그림이나 조각, 사진을 수록했고, 추천음반도 실려있다.
그가 유학을 간 것은 1986년. 프랑스에서는 60년대부터 시작된 고음악, 민속음악 열풍이 한창이었다. “지금도 모차르트는 고악기 음반만 팔려요. 고전주의 시대 음악이니까 그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거죠. 베토벤도 마찬가지에요. 원전에 충실한 연주라고 해서 고음악을 원전음악이라고도 부릅니다. 좀 더 품위있다고 할까요, 섬세하다고 할까요, 아무튼 한 번 빠지면 일반 클래식은 더 이상 못 들을 정도가 되죠.”
그래서 일반 클래식 음반 3천장 가량을 후배들에게 나눠줬다. 지금 갖고 있는 음반 3천장은 대부분 고음악과 세계 민속음악이다. 고악기는 지금의 악기보다 더 낮은 저음과 더 높은 고음을 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관중을 상대해야 하는 현대에 와서 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악기를 개량하자 음역이 좁아졌다. 원래 양의 내장을 말려 만들던 바이올린 줄은 세게 쳐도 끊어지지 않도록 크롬 같은 금속을 넣어 강화한 것이다.
“고음악을 듣다보니 다른 문명권의 고음악을 만나게 됐어요. 전 세계 민중들의 정서가 담겨있는 자생적인 음악이죠. 클래식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기발한 선율이 많아요. 아랍이나 인도의 고음악은 인류 최고의 가창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수준이 높은데요.” 그것을 민속음악이라고 이름붙였다. 요즘 유행하는 월드뮤직이 주로 서양이 아닌 제3세계의 ‘유행가’라면, 민속음악은 제3세계에서 옛날에 유행했던 고음악이다. 월드뮤직의 뿌리가 민속음악인 셈이다. “얄팍하게 귀만 간지럽히는 노래는 조금만 들으면 금세 식상하죠. 그런 노래들은 민속음악이 될 수 없어요. 지금 유행하는 노래 중의 아주 일부만이 후세에 민속음악으로 남겠죠.” 그런 점에서 민속음악은 살아남은 전통이고, 검증된 음악인 셈이다. 우리의 뽕짝이 미국에서 월드뮤직으로 소개된 바 있듯이, 우리의 국악은 우리의 고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에서 출발한 그이지만, 우리 음악계의 국악 홀대 경향에 그는 분개한다. 그리고 대책을 촉구한다. “산조는 바로크 소나타에 견줄 만한 품위있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들을 수록 훌륭한 예술성을 갖고 있는 것이 정악(궁중음악)이고요. 우리는 너무 서양 음악에 치우쳐 있어요. 다른 나라의 음악대학들은 자기 나라 음악을 가르쳐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루 빨리 국악을 크게 발전시켜야 해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음악을 듣다보니 다른 문명권의 고음악을 만나게 됐어요. 전 세계 민중들의 정서가 담겨있는 자생적인 음악이죠. 클래식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기발한 선율이 많아요. 아랍이나 인도의 고음악은 인류 최고의 가창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수준이 높은데요.” 그것을 민속음악이라고 이름붙였다. 요즘 유행하는 월드뮤직이 주로 서양이 아닌 제3세계의 ‘유행가’라면, 민속음악은 제3세계에서 옛날에 유행했던 고음악이다. 월드뮤직의 뿌리가 민속음악인 셈이다. “얄팍하게 귀만 간지럽히는 노래는 조금만 들으면 금세 식상하죠. 그런 노래들은 민속음악이 될 수 없어요. 지금 유행하는 노래 중의 아주 일부만이 후세에 민속음악으로 남겠죠.” 그런 점에서 민속음악은 살아남은 전통이고, 검증된 음악인 셈이다. 우리의 뽕짝이 미국에서 월드뮤직으로 소개된 바 있듯이, 우리의 국악은 우리의 고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에서 출발한 그이지만, 우리 음악계의 국악 홀대 경향에 그는 분개한다. 그리고 대책을 촉구한다. “산조는 바로크 소나타에 견줄 만한 품위있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들을 수록 훌륭한 예술성을 갖고 있는 것이 정악(궁중음악)이고요. 우리는 너무 서양 음악에 치우쳐 있어요. 다른 나라의 음악대학들은 자기 나라 음악을 가르쳐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루 빨리 국악을 크게 발전시켜야 해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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