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세종로 미국 대사관 들머리에서 한-미 연합 전시증원 및 독수리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현 시기 과도한 민족주의’ 비판에 이어 또 다시 ‘평화와 인권과 같은 거대 담론’에 대해 비판적 논의를 펼쳤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최장집 교수 이번엔 ‘거대담론’ 비판
최근 현 정부 시기 들어 민족주의 과잉을 경계한 논문을 발표한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이번에는 “평화와 인권과 같은 거대담론”을 대상으로 비판적 논의를 펼쳤다.
최 교수는 18~19일 전남대 5·18연구소 등이 전남대에서 여는 국제학술대회 ‘5·18과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발표할 논문 ‘5·18과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평화와 인권과 같은 거대 담론들은) 구체적 삶의 현실을 정치의 중심이슈로 두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대 담론들이 “보통 사람들의 실생활에 직접 기여했고, 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거대담론은 삶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미세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거시적이고 추상적”이라고 규정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그 어떤 이슈보다 중요하지만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실이기보다 이데올로기일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평화의 이슈가 진보파와 보수파 사이에, 대북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레토릭(수사)의 수준에서 격렬한 대립을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실제 이들의 정치갈등이 평화 대 전쟁이라는 양자택일을 둘러싼 것일 수는 없다”며 “평화의 이슈는 (…) 과장된 현실에 기초한 갈등이 되기 쉽다”고 규정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과도한 민족주의는 사회내 갈등이 정당히 자리잡을 수 없도록 해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기존 견해를 좀더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일 5·18 학술대회서 ‘대중동원 위한 정치 술수’ 지적
브루스 커밍스·와다 하루키 등 저명 학자들도 참석
최 교수는 또 이런 거대 담론은 “위로부터 정치엘리트들에 의한 대중동원의 성격을 띤다”면서 우리 정치의 지역정당 구조와 연결시켰다. 그는 “광범위하고 전국적이고 일반적인 이슈를 정치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지역주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전국적 수준에서의 대중동원을 위해 이런 거대 담론들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최 교수는 “운동에 의한 민주주의 실천은 민중을 국가에 대한 소극적 비판자 이상의 역할을 갖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정당이 그 중심 수단이요, 행위자가 되는 민중 참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같은 행사에 발표할 논문 ‘민주화 과정에서 민간권력의 형성과 역할’에서 “민주주의가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무능력한 정당의 존재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최 교수의 기존 견해를 반박했다. 그는 6월 항쟁 이후 낙선운동과 같은 시민적 정치개입을 통한 정치적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민주화 운동 세력의 지속적인 정당정치 참여,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에 이른 ‘진전’ 상황들을 열거하며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았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따라서 “문제의 핵심을 (…)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정치권과 정당에서 발견할 것이 아니라 민주화 과정에서 생존을 보장받고 지금까지도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구세력의 지역주의적이고 수구적인 권력정치에서 발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응도 민주화와 개혁을 저해하는 구세력의 청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이르는 ‘권력 구성’의 두 가능성으로 △민주세력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권력의 창출 방안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관계 복원과 한계 극복을 통한 정치 지평의 확보를 제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이밖에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주제: 5·18과 한국 현대사)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동아시아와 남북한), 윤영관 서울대 교수(21세기 세계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 이해영 한신대 교수(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민주주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062)530-3916.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내일 5·18 학술대회서 ‘대중동원 위한 정치 술수’ 지적
브루스 커밍스·와다 하루키 등 저명 학자들도 참석
최장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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