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꽉 짜인 생활’ 초딩도 할말 많아요

등록 2007-06-01 16:42수정 2007-06-01 18:40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
읽어보아요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
이정균 글, 여호경 그림. 에디터 펴냄/8500원.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는지. 공부와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란다. 부모와 교사의 간섭이 없는 가상공간이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얼마 전 동영상 한 편을 보고 이 간단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제목은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여기에 따르면, 대한민국 초등학생 10명 당 9명이 학원에 다니고, 평균 3.3과목을 수강한다. 하루에 부모와 나누는 대화는 고작 30분, 친구들과 놀 시간은 거의 없다. 가출하고 싶다고 느낀 아이들이 53%, 심지어 자살 충동을 경험한 아이들이 27%이다. 이쯤 되면 정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우연히 손에 든 책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에는 ‘할 말 많은 초딩들의 절대 공감 생활만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발칙하고, 당돌하고, 깜찍하다.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사가 글을 쓰고, 지난해에 학부모가 된 만화가 엄마가 그림을 그렸다. 글쓴이는 오랜 시간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에피소드가 무려 112개. 아이들의 항변이 워낙 생생하고 통렬해서, 책을 읽고 있는 내 속이 다 뜨끔해진다. 때로는 낯설고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언어 표현들과, 유치해 보이는 행동들로 가득한 이 책은 가히 아이들의 생활 백과전서라 할 만하다.

다트판처럼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에 따라 학교와 학원과 집 사이를 숨 가쁘게 내달리는 아이들. 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신하기 위해 전쟁터에 보내진 서글픈 전사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잠시 틈을 내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좋은 동화책을 읽으라고? 오히려 질식할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엉뚱한 짓을 벌이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고, 당당하게 발언하는 이 아이들의 싱싱한 생명력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은 뜻밖에도 단순하다. 좀 더 자기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 주고, 격려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일이다. 그 간단한 일을 못 해 주고 있으니 문제다. 초등 전학년.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