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속 터진다구요>
읽어보아요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
이정균 글, 여호경 그림. 에디터 펴냄/8500원.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는지. 공부와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란다. 부모와 교사의 간섭이 없는 가상공간이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얼마 전 동영상 한 편을 보고 이 간단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제목은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여기에 따르면, 대한민국 초등학생 10명 당 9명이 학원에 다니고, 평균 3.3과목을 수강한다. 하루에 부모와 나누는 대화는 고작 30분, 친구들과 놀 시간은 거의 없다. 가출하고 싶다고 느낀 아이들이 53%, 심지어 자살 충동을 경험한 아이들이 27%이다. 이쯤 되면 정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우연히 손에 든 책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에는 ‘할 말 많은 초딩들의 절대 공감 생활만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발칙하고, 당돌하고, 깜찍하다.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사가 글을 쓰고, 지난해에 학부모가 된 만화가 엄마가 그림을 그렸다. 글쓴이는 오랜 시간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에피소드가 무려 112개. 아이들의 항변이 워낙 생생하고 통렬해서, 책을 읽고 있는 내 속이 다 뜨끔해진다. 때로는 낯설고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언어 표현들과, 유치해 보이는 행동들로 가득한 이 책은 가히 아이들의 생활 백과전서라 할 만하다. 다트판처럼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에 따라 학교와 학원과 집 사이를 숨 가쁘게 내달리는 아이들. 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신하기 위해 전쟁터에 보내진 서글픈 전사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잠시 틈을 내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좋은 동화책을 읽으라고? 오히려 질식할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엉뚱한 짓을 벌이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고, 당당하게 발언하는 이 아이들의 싱싱한 생명력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은 뜻밖에도 단순하다. 좀 더 자기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 주고, 격려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일이다. 그 간단한 일을 못 해 주고 있으니 문제다. 초등 전학년.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이정균 글, 여호경 그림. 에디터 펴냄/8500원.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는지. 공부와 성적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란다. 부모와 교사의 간섭이 없는 가상공간이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얼마 전 동영상 한 편을 보고 이 간단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제목은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여기에 따르면, 대한민국 초등학생 10명 당 9명이 학원에 다니고, 평균 3.3과목을 수강한다. 하루에 부모와 나누는 대화는 고작 30분, 친구들과 놀 시간은 거의 없다. 가출하고 싶다고 느낀 아이들이 53%, 심지어 자살 충동을 경험한 아이들이 27%이다. 이쯤 되면 정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우연히 손에 든 책 <우리도 속 터진다구요>에는 ‘할 말 많은 초딩들의 절대 공감 생활만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발칙하고, 당돌하고, 깜찍하다.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사가 글을 쓰고, 지난해에 학부모가 된 만화가 엄마가 그림을 그렸다. 글쓴이는 오랜 시간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에피소드가 무려 112개. 아이들의 항변이 워낙 생생하고 통렬해서, 책을 읽고 있는 내 속이 다 뜨끔해진다. 때로는 낯설고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언어 표현들과, 유치해 보이는 행동들로 가득한 이 책은 가히 아이들의 생활 백과전서라 할 만하다. 다트판처럼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에 따라 학교와 학원과 집 사이를 숨 가쁘게 내달리는 아이들. 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신하기 위해 전쟁터에 보내진 서글픈 전사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잠시 틈을 내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좋은 동화책을 읽으라고? 오히려 질식할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엉뚱한 짓을 벌이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고, 당당하게 발언하는 이 아이들의 싱싱한 생명력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은 뜻밖에도 단순하다. 좀 더 자기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 주고, 격려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일이다. 그 간단한 일을 못 해 주고 있으니 문제다. 초등 전학년.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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