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베스트셀러 읽기 /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이란 말이 유행이다. 주로 정치 영역에서 이야기된다. 특정 세력 또는 정당이 설정한 프레임이 지배적 프레임이 되면 좀처럼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상황은 그 세력 또는 정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 누가 프레임의 지배자가 되느냐를 놓고 ‘프레임 전쟁’이 벌어진다. 깨뜨리려는 쪽과 유지하려는 쪽이 혈투를 벌인다.
심리학자 최인철 서울대 교수가 쓴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는 프레임이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세상사 일반에 적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프레임에 초점을 맞춰 흥미로운 심리학 정보를 소개하는 이 책은 지난 6월 출간돼 석 달 만에 3만5000부 가량이 팔렸다. 눈에 확 뜨이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꾸준히 속도를 내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책을 만든 21세기북스의 김성수 인문실용팀장은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남성적이고 내용도 그런 편인데, 여성 독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특이하다”며 “심리학이라는 요소가 여성 독자에게 더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독자 성향을 분석했다.
프레임이 왜 중요한가. 똑같은 사태라 하더라도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실 그 자체를 산다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프레임을 이렇게 정의한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 구실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 구실도 한다.”
이 책은 ‘프레임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프레임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세상살이가 팍팍하기도 하고 넉넉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프레임이야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 원리이면서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프레임의 문제와 관련된 여러 심리학적 정보들을 덤으로 들려준다. 예를 들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놓고 자기 성향 테스트를 한 결과는 ‘질문’ 자체가 어떻게 프레임 구실을 하는지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외향적인가’라고 물었을 때보다 ‘내성적인가’라고 물었을 때, 자기 자신을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내성적인가’ 하고 물으면 무의식중에 그 프레임에 갇혀 외향적 성격의 증거를 찾기보다는 내성적 성격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향적인가’라고 물으면, ‘외향적이다’라고 답한 사례가 많아졌다. 이걸 여론조사에 적용하면, 어떤 형식의 질문을 하느냐, 질문의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론조사란 조건 없이 신뢰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정치 세계에서 여론조사 조작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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