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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양신화 편식? 중국신화로 고쳐봐!

등록 2007-11-23 20:35

서양신화 편식? 중국신화로 고쳐봐!
서양신화 편식? 중국신화로 고쳐봐!
〈그림으로 읽는 중국 신화 1, 2〉
동샤오핑 외 글·까오샹양 외 그림·장인용 옮김/산하·각 1만1000원

‘삼족오’·3황 5제 등 22편 이야기에
257컷 삽화 곁들인 중국신화 입문서
‘닮은꼴’ 동·서양 신화 찾는 재미도

지난해 <주몽>에 이어 요즘 한창 사극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는 <태왕사신기> 같은 판타지 드라마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가 없다지만 그 여백을 무한한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신화’가 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 신화와 닮은 꼴 이야기가 이웃 나라나 다른 대륙에서도 수천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전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짜릿한 흥분’은 신화만이 안겨주는 재미가 아닐 수 없다.

동쪽 은나라가 조상신으로 모시던 하늘나라 임금인 제준과 그의 부인 희화가 10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이들이 곧 태양이었다. 어느 날 이 아이들이 모두 나와 춤추며 노는 바람에 인간 세상에 가뭄과 기근이 들자, 제준은 명사수의 신 ‘예’를 내려보내 꾸짖게 했다. 그가 붉은색 활에 하얀 화살 하나를 재우고 시위를 당기니 태양이 폭발하면서 땅에 떨어지는데 바로 발이 셋 달린 까마귀로, 태양의 영혼이었다.…자신의 아들 9명을 죽여버려 화가 난 제준에 의해 땅 위에 버려진 예가 곤륜산으로 불사약을 찾으러 가니, 서왕모가 세 발 달린 새를 불러 어두운 동굴에 숨겨 놓은 불사약 호로병을 가져오게 한다.

<그림으로 보는 중국 신화>의 몇 대목에서 등장하는 ‘발이 셋 달린 까마귀’는 바로 우리의 고구려 건국 신화에서 영물로 숭배하는 삼족오를, 명사수 ‘예’는 곧바로 주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들을 괴롭히는 온갖 괴물들을 퇴치해 영웅 대접을 받지만 강의 신 하백의 부인 복비와 바람을 피우다 하백에게 들키자 그의 눈 한쪽을 멀게 한다는 예와, 너무 뜨겁다며 태양을 향해 활을 겨누고 다니고, 헤라 여신의 저주로 12가지 난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괴물을 때려잡는가 하면, 두번째 부인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하기 위해 강의 신 아켈로스와 결투를 벌이다 그의 뿔 하나를 뽑아버린 헤라클레스, 둘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꼴 아닌가.


책에는 예가 서왕모한테서 얻어온 불사약을 혼자 다 마신 뒤 달로 도망쳐버린 아내 ‘상아’가 지난 10월 중국이 쏘아 올린 달 탐사위성의 이름 ‘창어’의 주인공인 것을 비롯해, 복희·수인·신농의 ‘3황’과 황제·전욱·제곡·요·순의 ‘5제’ 이야기가 친숙하게 그려져 있다.

새 천 년의 시작과 함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싱크빅)로 불기 시작한 출판가의 ‘신화 열풍’은 어린이책 시장에서 절정을 이뤄 지금껏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00년 말부터 2005년까지 모두 20권으로 완간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 시리즈는 2천만 부에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출판시장의 신화’를 낳았다. 그러자 이런 현상이 가뜩이나 심한 서양문화 편식 경향을 더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신화’가 동양문화의 원형으로서 새삼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 쪽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식정보 시리즈-지식의 숲’의 첫번째 주자로 책을 소개를 하고 있듯, 수많은 중국 신화들 중에서 22편을 뽑아 간결하게 정리해놓아 입문서로 권하기에 부담이 없다. 베이징사범대 교수인 동샤오핑과 뤼테량,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인 허쉐진 등 3명의 필자는 모두 정통 중국문학자이고, 중국 안 200여 민족들 사이에 전래해온 신화와 전설들을 바탕으로 삼아 원제가 <중국각민족신화>다.

특히 제목에서 강조하듯, 14명의 화가가 협동작업으로 창조해낸 257컷의 삽화가 설명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덕분에 2005년 초 가나출판사에서 어린이용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펴낸 <만화로 보는 중국 신화>(전 12권)와 비교해 독자층이 한층 넓어 보인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삽화들은 워낙 상징적이고 글은 감질날 정도로 간략하다보니 숨은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당대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위앤커의 <중국신화전설> 같은 본격 해설서로 들어가보고픈 충동이 팍팍 온다고나 할까.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림 신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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