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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뭐냐고? 교실 안에도 있어

등록 2007-12-14 21:18수정 2007-12-14 21:30

정치가 뭐냐고? 교실 안에도 있어
정치가 뭐냐고? 교실 안에도 있어
36가지 문답에 만화 곁들여 복잡한 정치 알기쉽게 설명 ‘무관심은 민주주의 적’ 일깨워

“아빠! 엄마!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거예요?” 17대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둔 지금, 쏟아지는 대선 뉴스를 보며 내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묻는다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애국심, 겸손함과 개방적 태도, 책임감과 헌신성이 필요하단다.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이 더 중요해. 보통 국민들의 애환과 삶을 이해하고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갈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선택에 국민과 나라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이야. ‘퇴임 후 자전거를 타고 이웃 마을에 놀러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지도자라야 한단다.”

“그렇게 힘든 일인데 왜 저렇게 서로 대통령을 하려고 하나요?” 역대 최다 12명의 후보가 나온 이번 대선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이나 선거 벽보를 보면서 아이가 또다시 이렇게 묻는다면?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권력 의지나 지배 의지가 더 강한 사람들이야. 물론 권력욕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자 본능이므로 그 자체 나쁜 건 아니야. 로마의 일인자 카이사르가 ‘로마에도 좋고 카이사르에게도 좋은 정치’를 추구했듯이, 자신의 권력 의지를 공공 이익과 결합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정치 평론가이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고성국씨가 때마침 써낸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을 참고하면, 이처럼 당황하지 않고 ‘근사한’ 설명을 해줄 수 있을 듯하다. 책에는 사회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정치에 대한 36가지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10대에 통하는 정치학〉
〈10대에 통하는 정치학〉
첫 번째 질문은 ‘정치가 뭐예요?’ 물론 이렇게 교과서적으로 물어볼 아이는 드물겠지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다. 정치학 박사인 지은이도 신화의 주인공들을 끌어와 비유적으로 얘기한다. “아버지의 당부를 어기고 태양에 가까이 가보려다 날개의 밀랍이 녹아 죽은 이카로스의 호기심과 제우스 신의 명을 어기고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인간에서 불을 훔쳐주는 바람에 간이 파먹히는 벌을 받게된 프로메테우스의 용기가 인간을 이끌어온 동력이다.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끊임없이 완전함을 추구하며 불완전함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정치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염두에 둔 책인 만큼, 좀 더 쉬운 화법과 만화적 그림도 곁들인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권력관계가 정치의 출발이다. 힘이 센 ‘짱’이 다른 학생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자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나쁜 정치’, 소수의 용기 있는 친구가 나서서 희생을 감수하고 그 부당함에 대항함으로써 모든 친구들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해줄 때 ‘좋은 정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정치’란 권력을 한 사람이나 집단이 독점하기보다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권에서 나와야 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과, 프랑스 시민혁명· 영국 명예혁명·미국 독립전쟁 등 3대 시민혁명의 뿌리가 된 ‘천부인권론’의 의미가 그 것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와 권력은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삼권분립’ 등 민주주의의 원리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민주 정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화와 토론, 한마디 하기 전에 열 마디를 들어야 한다”가 그의 답이다. 서로 다르거나 소수의 주장도 들어주는 관용과 다수결의 횡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체증이나 불편을 핑계로 시위나 파업을 비난하고 막아서는 안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은이가 가장 하고픈 얘기는 그 다음 대목에서 엿보인다. 그 자신이 10대와 20대에 겪은 우리의 민주주의 투쟁사와 그 의미를 짚고 있다. 4·19혁명부터 5·16 쿠데타와 유신정권, 전두환의 쿠데타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까지, 목숨을 걸고 쟁취한 그 가치들이 불과 20년 만에 ‘과거사’로 잊혀지고 있는 현실을 경계한다.

“지금 여러분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그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의 어머니,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똑같은 논리로, 만약 여러분이 지금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20년 후 여러분의 자식들이 여전히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며 살 것이라는 어떠한 보장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나 한 사람인데 어때라는 생각이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이라고 호소한다. 제발 아이의 질문에 “난 정치에 관심없어!”라며 외면하는 부끄러운 부모는 되지 말자는 얘기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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