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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주국가 안착”-“분단체제 초래” 엇갈려

등록 2007-12-31 19:17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 취임식에서 화동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1권〉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 취임식에서 화동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1권〉에서
‘정부수립 60돌 평가’ 학계 논쟁 예고

이승만·박정희 공과·‘건국’ 개념·통일전망도 시각차
“정치적 관점서 벗어나 학술적 토론 돼야” 요구 높아

“20세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라면 단연 대한민국 건국입니다.”(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발족 취지문 가운데)

“(건국이 아니라) 분단정부 수립이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올해는 정부수립 60년이 되는 해이다. 1948년 5월10일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통해 그해 8월15일 이승만 단독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환갑이다. 마땅히 경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60년을 맞는 분위기는 축제의 기쁨보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균열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정세의 불확실성’ 가운데 한반도 남쪽 땅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안착시켰다는 점을 ‘기적’으로 추어올리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전쟁으로 귀결될 분단체제를 불러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시각차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평가 그리고 통일한국 전망 등에서도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 건국이냐 분단정부 수립이냐는 개념의 불일치도 단적인 보기다.

올 한 해 학계를 중심으로 지난 60년의 기억과 해석을 둘러싼 논의들이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우선 건국의 의미를 강조하는 진영의 공세적인 평가투쟁이 예상된다. 뉴라이트 진영 학자를 중심으로 한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족하면서 “홀대 받는 건국일을 건국의 자긍심을 높이고 경축하는 날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사업추진의 기본개념으로 △탄생(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국가이념과 건국의 재조명) △발전(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 달성한 대한민국 성공모델 구성) △공동번영(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북한 인권 개선 추진)을 내세웠다. 지난 역사의 평가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틀지어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60년의 의의를 재조명하는 학술 연구를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국내외 저명 학자를 초청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고 건국 연구서인 <건국 60년의 재인식>도 펴내기로 했다. 아울러 중·고교 100곳에서 강연을 하고 60개 대학에서는 학점 인정 교양강좌 개설도 추진한다.

공동준비위원장인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평가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역할은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정적 평가에는 “4·19의 의의가 과장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했다.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하면서 이승만 정부 부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긍정 일변도 평가에 대한 학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정치적 관점의 주의 주장보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준 높은 학술적 토론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돼 한쪽만 보고 다른쪽은 보지 못하는 접근법은 갈등만 조장한다”면서 “지난 60년의 역사 가운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에 대해 “국부이면서도 1인 독재로 민주정치를 살리지 못한 부정적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역사연구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의 방기중 소장(연세대 교수)도 언론을 통한 이분법적 논쟁보다는 학문적 토론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현대사는 오늘날 정치·사회와 직결되기 때문에 “비학문적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지금이라도 누가 옳으냐는 정치적 접근보다는 학자들이 학문적 자세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연구소는 그동안 진행해 온 현대사 연구 프로젝트를 1950년대와 60년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주간인 김성보 연세대 교수도 비슷한 관점을 보였다. 그는 “논쟁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승만이 분단의 주역인가 건국의 아버지인가의 수준을 넘어 그가 추구한 국가상이 무엇이며 국내·국제적 상황에서 어느 부분이 관철되고 어느 부분이 변질되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비평>은 봄호에서 박정희와 김일성 등 남북의 정치·사회·경제·문화의 대표적 인물들의 비교를 통해 분단국가의 성격을 조망하고 남과 북을 모두 아우르는 통일국가 전망을 고찰하는 특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는 봄호에서 지난 60년 병리현상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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