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식〉
장르소설 읽기/
〈고식〉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민용식 옮김/대원씨아이·각 권 6000원 지난해 장르문학계의 이슈 가운데 하나라면 ‘라이트 노벨’의 질주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의 정의는 뚜렷하게 내려져 있지 않지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볍고 경쾌한 책읽기를 위주로 한 소설을 일컫는다. 라이트 노벨의 독자들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익숙한 10대와 20대 초반이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고식〉(현재까지 외전을 포함해 여섯 권 출간)은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이면서 본격 미스터리에 함께 발을 걸친 작품이다. 구성은 단순하다. 성 마르그리트 학원에 갇혀 지내는 빅토리아라는 여자아이와 일본에서 유학 온 가즈야라는 남자아이는 툭탁거리며 싸우면서도 힘을 모아 수수께끼에 빠진 사건을 풀어 나간다. 코넌 도일 식으로 얘기하면 빅토리아는 과격한 홈스요, 가즈야는 소심한 왓슨이다. 하지만 홈스의 독자라면 〈고식〉을 읽고 당혹해할지 모른다. 홈스의 오마주이기라도 한 듯 파이프를 입에 문 빅토리아는 “용솟음치는 지혜의 샘”으로 “혼돈의 조각을 재구성”하지만 홈스의 추리만큼 현실적이거나 논리성을 띠고 있지는 못하니까. 적절한 소설의 설정 안에서 허락할 만한 논리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리라. 라이트 노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리즈’의 형식을 띤다는 것이다. 〈고식〉도 여섯 권의 분량에 여섯 가지 이야기를(아직 연재 중) 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은 한 권에서 종결되고, 다음 권에는 새로운 사건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인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마치 시즌제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라이트 노벨의 이런 특징이 매력을 더할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매력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처음 한두 화를 볼 때는 모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인물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 중독성을 띠게 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궁금해서 자꾸 손이 간다. 십대 독자들에게 익숙한 긴 시리즈의 만화 단행본을 텍스트만으로 읽는다는 느낌도 든다.
라이트 노벨의 문법은 새로운 세대가 발견한 ‘이야기’ 또는 ‘읽기’ 문화의 변화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취향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아카쿠치바 전설〉(노블마인)로 라이트 노벨 작가로 성장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나오키 상까지 받게 되었다. 라이트 노벨 작가들이 일반 장르문학으로 나서고 반대로 주류 작가들이 라이트 노벨에 가까운 소설을 쓰기도 한다. 이제 정말이지 순문학이니 장르문학이니 대중문학이니 라이트 노벨이니 하는 구분은 의미가 없어져 간다. 〈고식〉은 그런 점에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깨에 힘을 좀 빼고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민용식 옮김/대원씨아이·각 권 6000원 지난해 장르문학계의 이슈 가운데 하나라면 ‘라이트 노벨’의 질주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의 정의는 뚜렷하게 내려져 있지 않지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볍고 경쾌한 책읽기를 위주로 한 소설을 일컫는다. 라이트 노벨의 독자들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익숙한 10대와 20대 초반이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고식〉(현재까지 외전을 포함해 여섯 권 출간)은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이면서 본격 미스터리에 함께 발을 걸친 작품이다. 구성은 단순하다. 성 마르그리트 학원에 갇혀 지내는 빅토리아라는 여자아이와 일본에서 유학 온 가즈야라는 남자아이는 툭탁거리며 싸우면서도 힘을 모아 수수께끼에 빠진 사건을 풀어 나간다. 코넌 도일 식으로 얘기하면 빅토리아는 과격한 홈스요, 가즈야는 소심한 왓슨이다. 하지만 홈스의 독자라면 〈고식〉을 읽고 당혹해할지 모른다. 홈스의 오마주이기라도 한 듯 파이프를 입에 문 빅토리아는 “용솟음치는 지혜의 샘”으로 “혼돈의 조각을 재구성”하지만 홈스의 추리만큼 현실적이거나 논리성을 띠고 있지는 못하니까. 적절한 소설의 설정 안에서 허락할 만한 논리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리라. 라이트 노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리즈’의 형식을 띤다는 것이다. 〈고식〉도 여섯 권의 분량에 여섯 가지 이야기를(아직 연재 중) 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은 한 권에서 종결되고, 다음 권에는 새로운 사건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인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마치 시즌제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라이트 노벨의 이런 특징이 매력을 더할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매력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처음 한두 화를 볼 때는 모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인물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 중독성을 띠게 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궁금해서 자꾸 손이 간다. 십대 독자들에게 익숙한 긴 시리즈의 만화 단행본을 텍스트만으로 읽는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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