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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특정계급에 이로운 ‘나쁜 자유’

등록 2008-02-01 19:25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신자유주의〉
데이비드 하비 지음·최병두 옮김/한울아카데미·1만8000원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은 신천지일까, 벼랑 끝일까. 지금 이 땅에 울려퍼지는 소리는 곧 신천지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호언장담뿐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하비가 쓴 〈신자유주의〉를 읽으면서 우리가 나락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어났다.

새삼 신자유주의를 다룬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세계화라는 포장지는 이미 찢겨나갔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목격한 바라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것은 ‘간략한 역사’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잘 알다시피 신자유주의는 대처와 레이건 시대를 시발로 삼는다. 그러니까, 바야흐로 30년에 가까운 역사성을 띠게 된 것이다. 이제, 풍문이나 상식으로 아는 단계에서 벗어나 차분히 발생과 전개, 그리고 성과를 곱씹어 볼 만하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수준에 이른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은, 70년대 뉴욕시가 재정적자를 해결한 방식이었다. 신자유주의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예고해 주었는데, 제빈의 말대로 그 대처방안이야말로 “새로운 전쟁의 초기 국면임과 동시에 결정적인 전장”이었던 셈이다.

하나, 이 책을 읽어볼 이유는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시대에는 서로 다른 “자유의 개념들 중에서 어떤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심각한 논쟁이 없다”는 지은이의 문제의식이다. 결국 우리는 세계사의 발전과정에서 힘겹게 얻어낸 “언론과 표현의 자유, 교육과 경제적 보장의 자유, 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금융자본이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와 맞바꿨다. 좋은 자유는 왜 사라졌고, 나쁜 자유가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했는가를 놓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 더욱이 이 주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화는 애초부터 계급권력의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지은이의 강한 주장 때문이다. “현재 자본주의의 상층부에 존재하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 부와 권력의 집중은 1920년대 이래 볼 수 없었던 것”이라는데, 사회양극화가 신자유주의의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라는 통설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책을 읽다가 “신자유주의화와 좋은 경영분위기가 흔히 동일한 것으로” 말해진다는 대목에 밑줄을 그으며 등이 오싹해졌다. 이즈음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자주 들은 탓이다. 하비가 간략하나마 역사로 다루었다는 점은 이제 그 끝에 다 이르렀다는 상징성도 띠고 있다. 인류의 보편가치가 훼손당하면서까지 특정 계급의 경제이익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지속될 리 만무다. 이미 궤도수정을 요구하는 강한 목소리들이 신자유주의 진영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차의 액셀레이터를 더 강하게 밟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파국의 조짐은 보이는데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신자유주의가 전도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고귀하고 쟁취해야 할 자유의 전망이 있다”는 말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깨달아야 할 터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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