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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중적 글쓰기 이면의 녹록지 않은 삶

등록 2008-02-15 19:37

〈코난 도일〉
〈코난 도일〉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

〈코난 도일〉
마틴 부스 지음/작가정신·1만5000원

여전히 장르문학 애호가 ‘취급’을 받곤 한다. 그런 오해를 사는 개연성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았다. 30년 전, 모리스 르블랑의 〈족제비 신사〉로 만족하지 않고 계림출판사의 ‘소년소녀세계추리명작단편시리즈’를 서너 권 더 사봤다면 좀 달라졌을까? 무서움을 워낙 많이 타서 그러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코난 도일은 알고 있었다. 아니다. 단정 짓긴 어렵다. 코난 도일과 셜록 홈스의 관계를 종잡지 못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을 ‘환상의 단짝’으로 여겼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오, 그러셨나요? 셔얼럭 홈스 말씀이죠!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이니 탈에 온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셜록 홈스도, 코난 도일도 인도의 조그만 피서지를 찾은 일은 없다.

내겐 코난 도일이 꾸며낸 이야기보다 그가 살았던 삶의 내력이 몇 갑절 더 흥미로우리라. 사실 그랬다. 〈코난 도일〉 덕분에 설 연휴를 알차게 보냈다. 600쪽이 단숨에 읽힐 정도로 전기 작가로서 마틴 부스의 역량은 돋보인다. 우리말 번역도 잘 되었다. 부스는 먼저 도일 가문의 족보를 훑는다. 코난 도일의 아버지 형제들은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다. 유독 코난 도일의 아버지만 일이 잘 안 풀렸다. 약간 꼬인 듯한 코난 도일의 성장과정이 흥미롭다.

1891년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셜록 홈스는 “오늘날까지도 거의 비슷할 정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2년 한 세기 만에 비로소 셜록 홈스 열풍이 불었다. 한국어판 홈스 전집을 펴낸 출판사 편집자의 판단은 신중하다. “‘셜록 홈즈 전집’의 출간으로 추리 독자가 재형성되었다는 평을 내리는 것도 과람하다.”(〈21세기 한국인은 무슨 책을 읽었나〉)


나는 코난 도일이 “거북하고 불가해한 인물”이기보다는 “무해하면서도 시끄러운 괴짜”에 더 가깝다고 본다. 또한 그는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전형적인 지식인이면서 강직한 식민주의자다. 책은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가 반감한다. 마지막 두 장은 긴장감마저 떨어진다. 다소 우습긴 하다. 1차 대전을 맞아 그는 애국자를 자처한다. 또 그는 심령술에 푹 빠진다. 다시 말해 무속을 자신의 신념체계로 받아들인다. 코난 도일 역시 ‘먼 길을 돌아 거울 앞에 선 누이’인 셈이다.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그렇다고 탐정소설의 개척자이자 완성자인 그의 업적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아울러 그는 대중작가의 모범이었다. “그가 그 소설을 쓴 것은 어느 정도 대중의 끊임없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무엇보다도 홈스야말로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수입의 확실한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코난 도일의 성장기와 동반 상승한 셜록 홈스를 읽어야겠다는 의욕은, 그가 가정의 개업을 할 무렵 최고조에 다다른다. 하지만 코난 도일이 중·장년기에 접어들자 독서 의욕 또한 점차 수그러든다. 한번 길든 독서 취향은 잘 안 바뀌는 모양이다.

최성일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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