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교수가 예루살렘 성지순례 중 들른 성분묘교회의 예수상 앞에 섰다. 통나무 제공.
〈큐복음서〉
김용옥 편·역주/통나무·1만6000원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김용옥 지음/통나무·2만5000원 실체 논쟁 원텍스트 ‘큐복음서’와
그 존재 뒷받침 ‘도마복음서’ 통해
신앙 아닌 말씀 통한 가르침 음미 기독교 성서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큐(Q)복음서’ 문제다. 신약성서 중 공관복음서의 기초 자료가 된 원텍스트가 있었다는 것이 이 논란의 핵심인데, 그 원텍스트를 부르는 이름이 ‘큐복음서’다. 큐복음서는 가설로만 존재하다가 점점 실체성을 얻어가고 있다. 철학자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큐복음서의 성립 과정을 살피고 그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긴 두 권의 책을 동시에 펴냈다. 〈큐복음서〉가 큐복음서의 텍스트를 김용옥 교수의 관점에 따라 편집해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을 단 책이라면,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은 큐복음서의 실체성을 뒷받침하는 도마복음서를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고, 이집트·이스라엘의 초기 기독교 성지 순례기 형식을 빌려 ‘예수의 가르침’의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는 책이다. 도마복음서가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20세기에야 알려졌듯이, 큐복음서도 오랫동안 성서학적 가설로 나돌았을 뿐 실체성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큐복음서 가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세기 초였다. 독일 신학자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1801~1866)가 공관복음서를 연구하던 중 1838년 ‘큐자료’ 가설을 제시했던 게 발단이었다. 공관복음서란 신약성서 가운데 공통의 자료와 공통의 관점으로 서술된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을 가리킨다. 이 세 복음서 가운데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됐으며 나머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을 공통 자료로 삼아 기술된 것임이 바이세 당대에 밝혀졌다. 바이세는 여기에 더해 마태·누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 말고 또다른 ‘자료’에 근거해 기술됐다는 ‘제2자료설’을 내놓았다. 이 제2자료가 바로 ‘큐자료’ 또는 ‘큐복음서’다. 제2자료를 큐자료라고 부르게 된 건 ‘자료’를 뜻하는 독일어 크벨레(Quelle)의 머리글자를 그냥 빌려다 쓴 데서 비롯했다.
이 큐자료는 1세기 뒤 다른 독일 신학자 아돌프 폰 하르나크(1851~1930)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총괄해 희랍어(고전 그리스어)로 된 ‘큐복음서’를 ‘복원’함으로써 나름의 실체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 복음서는 순전히 문헌학적 연구와 논리적 추론에 의지해 도출해낸 결과였으며, 물증은 따로 없었다. 그런 이유로 큐복음서는 성서학자들 사이에서만 관심거리였을 뿐,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기존의 기독교 신앙에 일대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복음서’를 널리 알릴 용기가 성서학자들에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터진 것이 ‘도마복음서 출현 사건’이었다. 1945년 12월 이집트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 지역의 바위틈에서 대량의 성서 고문서가 발견됐는데, 거기에 ‘도마복음서’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공관복음서보다 더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이 분명한 도마복음서는 놀랍게도 내용의 35%가 ‘큐복음서’와 일치했다. 더 놀라운 것은 공관복음서가 모두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음에 반해, 도마복음서는 예수의 말씀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라는 말씀 형식으로 이루어진 도마복음서는 그 형식이 큐복음서와 똑같았다. 이로써 큐복음서가 가설적 차원을 넘어 실체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김용옥 교수가 번역하고 해설한 〈큐복음서〉는 모두 8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신의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했다’라는,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는 전혀 없고, 대신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치는 지혜의 말씀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용옥 교수는 큐복음서야말로 도그마화하기 이전 초기 ‘예수교’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이자 “살아 있는 예수의 직접적 말씀”이라고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김용옥 편·역주/통나무·1만6000원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김용옥 지음/통나무·2만5000원 실체 논쟁 원텍스트 ‘큐복음서’와
그 존재 뒷받침 ‘도마복음서’ 통해
신앙 아닌 말씀 통한 가르침 음미 기독교 성서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큐(Q)복음서’ 문제다. 신약성서 중 공관복음서의 기초 자료가 된 원텍스트가 있었다는 것이 이 논란의 핵심인데, 그 원텍스트를 부르는 이름이 ‘큐복음서’다. 큐복음서는 가설로만 존재하다가 점점 실체성을 얻어가고 있다. 철학자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큐복음서의 성립 과정을 살피고 그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긴 두 권의 책을 동시에 펴냈다. 〈큐복음서〉가 큐복음서의 텍스트를 김용옥 교수의 관점에 따라 편집해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을 단 책이라면,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은 큐복음서의 실체성을 뒷받침하는 도마복음서를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고, 이집트·이스라엘의 초기 기독교 성지 순례기 형식을 빌려 ‘예수의 가르침’의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는 책이다. 도마복음서가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20세기에야 알려졌듯이, 큐복음서도 오랫동안 성서학적 가설로 나돌았을 뿐 실체성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큐복음서 가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세기 초였다. 독일 신학자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1801~1866)가 공관복음서를 연구하던 중 1838년 ‘큐자료’ 가설을 제시했던 게 발단이었다. 공관복음서란 신약성서 가운데 공통의 자료와 공통의 관점으로 서술된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을 가리킨다. 이 세 복음서 가운데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성립됐으며 나머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을 공통 자료로 삼아 기술된 것임이 바이세 당대에 밝혀졌다. 바이세는 여기에 더해 마태·누가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 말고 또다른 ‘자료’에 근거해 기술됐다는 ‘제2자료설’을 내놓았다. 이 제2자료가 바로 ‘큐자료’ 또는 ‘큐복음서’다. 제2자료를 큐자료라고 부르게 된 건 ‘자료’를 뜻하는 독일어 크벨레(Quelle)의 머리글자를 그냥 빌려다 쓴 데서 비롯했다.
〈큐복음서〉(왼쪽)과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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