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들의 제국주의〉(왼쪽)과 〈직선들의 대한민국〉
한중일 경제 패권다툼 조짐
평화 인프라 구축 나서고
개발 대신 생태 근본주의로
평화 인프라 구축 나서고
개발 대신 생태 근본주의로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지음/개마고원·1만2000원 〈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2000원 경제학자 우석훈씨의 글을 관통하는 원리는 ‘베르누이의 정리’다. 유체의 위치 에너지에 변화가 없는 경우, 곧 수평면에서 운동할 때 유체 압력의 감소는 유속의 증가를 가져온다. 명량해전 하면 떠오르는 울돌목이나,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속담이 그것의 간결한 예를 이룬다. 우석훈씨에게 베르누이 정리는 ‘수다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88만원 세대>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를 펴낸 뒤 채 1년도 안 돼 그는 책 두 권을 또다시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어려운 경제학 개념과 현상을 일상적 표현에 버무려 샐러드처럼 상큼하게 내놓는 솜씨는 여전하다.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첫째 권인 <88만원 세대>에서 지은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돼 젊은이들의 미래를 ‘절도’ 내지 ‘횡령’하는 현실에 대한 윤리적 경고를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그는 이것을 일러 ‘에토스에 대한 알레고리’라 했다. 둘째 권에서 그는 ‘슈퍼보드’라는 개념을 통해 대기업이 조직론적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말하며 거듭 이성과 합리성을 말했다. 로고스에 대한 요구였던 셈이다. 이번에 나온 시리즈 셋째 권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일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평화’라는 공공재를 위해 우리 시대가 쏟아야 할 열정을 말하고 있다. 파토스다. “경제학자로서 내가 소망하는 것은, 평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작금의 한·중·일 세 나라는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것을 ‘동북아 중심국가’ ‘중화주의’ ‘보통(정상)국가’와 같은 표어가 선명히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의 모순과 한계가 임계점에 가까워오면서 ‘이윤 추구의 눈초리’가 외부로 몰리는 상황이며, 김대중 정부 때 선포된 ‘다이내믹 코리아’가 노무현 정부 들어 ‘동북아 중심국가’로 확대재생산되었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도 하고, 경제성장도 도모하고, 더불어 민족의 숙원이던 만주로의 진출도 꾀하고,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철도망과 도로망도 건설하며 영원한 경제번영을 이루자는 얘기는 (…) 19세기 말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탄생을 이뤄냈던 힘과 동일한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한-미 동맹의 조건이 겹쳐지면 미국을 등에 업고 ‘경제 영토’를 개척한다는 발상이 자연스레 이어져 나온다. 지은이는 이를 일러 ‘촌놈들의 제국주의’라 꼬집는다. 나아가 정치적 스펙트럼이 우향우로 치우친 현실을 곱씹어 보면, 한반도에서 파시즘이 출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한국형 파시즘은 북한과의 통합·통일 과정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를 막을 대안은 무엇인가? 신중하게 그가 제출하는 답안은 평화의 인프라를 준비하자는 것이며, 유럽연합의 대학생 교환프로그램인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을 예로 들고 그 특장으로 공공성과 역사성을 결합한 문화적 통합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경제동물로서의 낯가죽을 버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며 민족 패권주의의 대중적 열광이라 할 ‘한류’의 조류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것이다.
평화-전쟁의 부등식에서 평화 쪽으로 부등호를 돌리는 일이 근본 전제라면, 마땅히 사람들의 마음이 그리로 기울어야 한다. 그것은 어찌해야 이뤄질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와, 백범 김구가 말한 ‘아름다운 나라’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여기서 나온다. 이 문제를 천착한 책이 <직선들의 대한민국>이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타인과 속도 경쟁을 벌여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청계천을 복원한답시고 ‘어항’을 만들어버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사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는 부자들의 자녀들이 거꾸로 아토피를 더 많이 앓고 있는 곳. 뉴타운·새도시로 개발돼 봤자 채 10%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재정착을 할 수 있는데도 너도나도 그와 같은 개발에 찬성하는 현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리고 도시화율이 90%에 이르렀지만, 이쯤에서 멈추자고 말하는 사람이 물정 모르는 인간 취급을 받는 나라. “누가 이 불도저를 세울 것인가? 힘이 아니라 부드러움이고, 강함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다.” 이 모든 부조리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름다움’이라며 ‘생태 근본주의’(Deep ecology)로 가는 열쇳말로 지속 가능성, 공동체, 자치, 소통, 다원성을 들고 부지런히 설득한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평화를 이뤄내야 할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이 다소 어렵더라도 참고 읽어주었으면 하는 게 지은이의 소망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우석훈 지음/개마고원·1만2000원 〈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2000원 경제학자 우석훈씨의 글을 관통하는 원리는 ‘베르누이의 정리’다. 유체의 위치 에너지에 변화가 없는 경우, 곧 수평면에서 운동할 때 유체 압력의 감소는 유속의 증가를 가져온다. 명량해전 하면 떠오르는 울돌목이나,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속담이 그것의 간결한 예를 이룬다. 우석훈씨에게 베르누이 정리는 ‘수다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88만원 세대>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를 펴낸 뒤 채 1년도 안 돼 그는 책 두 권을 또다시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어려운 경제학 개념과 현상을 일상적 표현에 버무려 샐러드처럼 상큼하게 내놓는 솜씨는 여전하다.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첫째 권인 <88만원 세대>에서 지은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돼 젊은이들의 미래를 ‘절도’ 내지 ‘횡령’하는 현실에 대한 윤리적 경고를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그는 이것을 일러 ‘에토스에 대한 알레고리’라 했다. 둘째 권에서 그는 ‘슈퍼보드’라는 개념을 통해 대기업이 조직론적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말하며 거듭 이성과 합리성을 말했다. 로고스에 대한 요구였던 셈이다. 이번에 나온 시리즈 셋째 권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일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평화’라는 공공재를 위해 우리 시대가 쏟아야 할 열정을 말하고 있다. 파토스다. “경제학자로서 내가 소망하는 것은, 평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작금의 한·중·일 세 나라는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것을 ‘동북아 중심국가’ ‘중화주의’ ‘보통(정상)국가’와 같은 표어가 선명히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의 모순과 한계가 임계점에 가까워오면서 ‘이윤 추구의 눈초리’가 외부로 몰리는 상황이며, 김대중 정부 때 선포된 ‘다이내믹 코리아’가 노무현 정부 들어 ‘동북아 중심국가’로 확대재생산되었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도 하고, 경제성장도 도모하고, 더불어 민족의 숙원이던 만주로의 진출도 꾀하고,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철도망과 도로망도 건설하며 영원한 경제번영을 이루자는 얘기는 (…) 19세기 말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탄생을 이뤄냈던 힘과 동일한 것”이라는 말이다.

2003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논란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평화와 전쟁 둘 가운데 어느 가치를 중심에 두고 디자인할 것인가를 가르는 시점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경제의 장기적 평화를 이뤄내야 할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이 다소 어렵더라도 참고 읽어주었으면 하는 게 지은이의 소망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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