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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설 공모 ‘당선작 없음’의 배후는

등록 2008-11-20 19:12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5천만원 상금의 2008 문학동네 소설상이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여름 이 출판사에서 경장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학동네 작가상(상금 2천만원) 역시 수상자가 없었다.

문학동네 소설상은 은희경 전경린 김언수 김진규 등의 작가를 배출한 권위 있는 상이다. 문학동네 작가상 역시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등을 배출한 상. 문단의 ‘스타 등용문’으로 통용되는 문학동네 소설상과 작가상의 한 해 수상자가 동시에 나오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행히(?) 창비가 주관하는 3천만원 상금의 제2회 창비장편소설상은 수상자를 냈다. 그러나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창비신인문학상의 소설 부문은 역시 당선작을 찾지 못했다. ‘당선작 없음’은 또 있다.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1억원 상금의 뉴웨이브문학상 역시 올해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들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5천만원 상금의 황순원문학상 역시 올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최종심 대상자들이 ‘젊은’ 작가 일색인 점이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도 있지만, 어쨌든 수상작으로 삼을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결론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당선작 없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 가장 순진하게는, 우연히도(!) 올해 응모작 중에 상의 이름을 감당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해당 상의 역대 수상작들이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작품이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 작품에 대한 평가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물건’이 안 되는 원고를 수상작으로 과대포장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선작 없음’의 유행에 대한 유력한 분석의 하나는 출판 및 경제 불황과 이 현상의 상관관계를 포착하는 것이다. 문학동네 소설상 심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3일 문학동네 게시판에 ‘우연히’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독자의 견해가 이에 해당한다. 이 독자는 문학동네 소설상의 역대 수상작들도 수준 미달이기는 마찬가지였다며 “수준이 매우 높으면서도 잘 팔리고 잘 읽힐 것 같은 작품이 안 나오는 이상, 굳이 고액의 당선금을 줄 필요도 없고 돈을 들여 팔리지도 않을 책을 출판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원인을 좀 더 근원적인 쪽에서 찾는 견해들도 있다. 역시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린 ‘이것은 문학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담에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지금 문학 안에는 현실이 없다”며 “문학이 너무 공허하고 왜소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살아 있는 삶에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 자체를 우습게 보는” 평론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주류 문단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소장 평론가 조영일씨 역시 <작가와 비평> 2008년 하반기호에 기고한 ‘문학을 보호해야 한다-장편소설 대망론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장편소설의 빈곤이란 그것을 감당할 만한 비평의 부재를 뜻하기도 할 것”이라며 “비평 역시 어떤 형태로든 시대적 요구에 응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설 공모 ‘당선작 없음’의 배후에 ‘비평의 부재’가 있다는 결론(?)에 대해 평론가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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