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행복하게〉
■ 변산공동체 윤구병씨의 ‘선택한 가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다 좋다 쳐도 가난은 지긋지긋하다고요? 강요된 가난은 그렇겠지요. 그러나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은 나눔을 가르쳐줍니다. 잘사는 길은 더불어 사는 길이고, 서로 나누며 함께 사는 길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10여년 만에 또 찾아온 경제한파로 입만 열만 “돈, 돈” 하는 세상에서 이 말이 얼마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지은이가 누군지 알면 귀가 쫑긋해질 수도 있겠다. 13년 전 명예와 생활이 보장되는 국립대 교수직을 버리고 전북 부안으로 낙향해 농사를 지으며 대안교육을 하는 ‘변산교육공동체’ 설립자 윤구병씨다. 예순여섯을 맞은 올해 그는 모든 직함을 버리고 재산은 사회에 한원한 뒤 변산공동체에 초가삼간을 지어 지내며 완벽한 자연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그가 10여년 동안 공동체를 일구며 겪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기록한 일기이면서 삶과 노동, 행복, 생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귀농이나 대안교육에 대한 실용적 관점에서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서나 두루 유용하게 읽힐 수 있겠다. /휴머니스트·1만3000원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 40년 연구가가 풀어쓴 ‘정약용 사상’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 1·2〉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은 다산의 저작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뽑아 쉽게 풀어낸 책이다. 학문하는 자세에서부터 이웃과 교우하며, 재물에 탐닉하지 않고 도리에 맞게 사는 삶에 대한 성찰까지, 주제별로 다산의 사상이 2권의 책에 나뉘어 소개돼 있다. 다산 연구에 40여년 몰두해온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은 그동안 전자우편으로 3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다산이 남긴 교훈을 전해왔다. 2004년 6월1일 첫 메일을 보냈으니까 벌써 4년 반이 됐고, 횟수로는 550회가 넘었다. 이 글들은 <풀어쓰는 다산이야기>로 출판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은 이 책을 가다듬고 내용을 새로 보충한 것이다. 다산이 200년 전 시대의 한계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다산은 아들이 약방을 열었다는 말을 듣고 “천하게 의원 노릇”을 한다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시 사회의 불의에 가슴 아파한 탁월한 사상가이며 실천가인 다산에게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지혜가 무궁무진 남아 있다고 글쓴이는 역설한다. /생각의 나무·각 권 1만3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 중국보다 앞선 1500년전 고구려 천문학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죄르지 루카치의 ‘그리움’이 과거완료가 아님을 웅변하는 책이 2008년 겨울 한국에서 나왔다. 김일권(44)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민속학)가 쓴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는 ‘하나의 장르’로 기억될 만한 책이다. 역사·종교·천문을 넘나들며 역사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우듬지’에 앉은 그는 이 책에서 고구려의 별자리와 하늘을 국내외 통틀어 처음으로 소개한다. 지은이는 1500년 전 고구려 고분벽화 ‘하늘’의 동서남북 별자리를 촘촘히 분석하고 해석했다. 거기엔 고구려인들이 꿈꾼 천상의 풍류와 천공의 유토피아가 담겼으며, ‘그림’을 넘어 ‘체계’가 있는데다 28수 별자리 역시 중국보다 앞선다. 800개 별들의 위치·형태 또한 정밀해 과학적 관측을 짐작게 한다. 덕흥리 고분벽화가 전형인바, 특히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W자형 별자리’는 고구려 천문의 독자성을 예증한다. 엄정한 서술과 8년을 공들인 도판·일러스트가 돋보인다. 지은이는 내처 ‘더 많은 하늘의 역사’를 복원하겠단다. 해 뜨면 이 책을, 달 뜨면 밤하늘을 보면 좋겠다. 깊고 또 깊어, 뭇 오묘함의 문이 거기 있으니(玄之又玄 衆妙之門·<도덕경>). /사계절·2만95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이야기
〈울림〉
“당신은 왜 자꾸 하늘만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이 믿는 예수님은 하늘의 자리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와 가난한 이들과 병든 세상을 돌보다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는데 말입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채희동 목사가 남긴 말이다. <한겨레> 종교 전문기자이자 이 책의 지은이인 조현씨는 그가 목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아는 체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걷는 친구라고 회상한다. “다른 목사들이 ‘예수 믿고 구원받아 천국 가자’ 외칠 때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서 슬픈 이의 고통에 동참해보자고 했다. 그것이 기쁨이며, 그것이 평화이며, 그것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교회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맞서며 세상에 ‘울림’을 전달한 선지자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대개 편가르기에 익숙지 않고, 약자들의 친구이며, 욕심이 없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세속인들이 감히 흉내낼 순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지은이는 물신주의·교권주의·배타주의 덫에 걸려 신망을 잃어가는 한국 기독교의 희망을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이들의 삶 속에서 찾는다. 조현 지음/시작·1만30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 1·2〉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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