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만의 천국은 없다”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을 계기로 학교 종교교사직과 목사 자격까지 반납하고 노점상으로 나선 류상태(48) 전 목사가 최근 한국 주류 개신교를 향해 “당신들만의 천국은 없다” “성서의 문자에 갇힌 야훼를 죽이라”며 교회의 의식개혁을 촉구하는 책을 펴냈다.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삼인 펴냄)라는 책을 낸 그는 18일 “한국 주류 개신교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 비행기”라며 “교회의 대형화, 교리의 독선과 배타성을 개혁하지 않는 비행기 속 승객들의 생명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라고 주류 개신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류씨는 지난해 6월 대광고 3년생 강의석군이 ‘종교의 자유와 예배 참석 선택권’를 주장하다가 제적되자 강군의 교내 후원자로 활동하면서 교목실장 자리에서 직위 해제됐으며, 이어 지난해 10월 종교 교사직과 목사 자격을 반납하고 나와 지금은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고 있다.
%%990002%%강군의 든든한 지원자로 활동했던 그는 이 책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목회자로 사역하고 15년 동안 종교교사로 일하면서 스스로 느낀 한국 교회의 근본 문제들을 강렬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성서는 객관적 진술이 아니라 ‘주관적 고백의 언어’로 이해돼야 한다”며 “성서의 문자에 갇힌 야훼를 죽여야 한국 교회가 독선과 배타성,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과 공존하면서 세상 빛과 소금의 구실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인들은 이제 안티-기독교인들의 기독교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예수를 믿으면 천국 가고,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식 교리의 배타성과 독선적 진리는 열린 토론과 정보 교류가 이뤄지는 인터넷 시대에 더 용납되지 않고 용납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터넷에 ‘불로소득을 거부하며 아닌 것을 거부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뜻의 카페 ‘불거토피아’(cafe.daum.net/bgtopia)를 운영하고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학자연)이란 단체의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며, 그동안 품어왔던 기독교 의식개혁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광고는 지난해 45일 동안 단식했던 강군한테 예배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류씨한테 강군 사건은 안락한 학교 교목실장, 종교교사, 목사의 자리를 지난 한해 동안에 모두 앗아갔지만 그는 “강군 사건이 아니었으면 나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신앙과 양심을 포기하고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의석아! 우리 사회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받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성숙했음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든 이웃들에게 당당히 보여주자!”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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