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독일민담〉
〈그림형제 독일민담〉 <라푼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의 공통점은? 전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동화라는 점이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독일 민담을 그림 형제가 수집해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으로 엮은 것이 그 모태다. 하지만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외설적인 내용은 세월을 거치며 윤색되거나 빠졌다. 일례로 <백설공주> 최초 필사본에서는 계모가 아니라 친모가 백설공주를 숲속에 버렸다. 공주를 죽음에서 깨운 이도 왕자가 아니라 친아버지인 왕이었다. <그림형제 독일민담>은 독일 설화와 그림 형제를 연구해온 지은이가 그림형제가 수집한 74편의 독일 민담을 소개하고, 그 민담의 변모과정과 내용,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민담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나? 지은이는 인간에게 내재하는 불안과 공포, 고난과 역경 해소가 목적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현실에 대한 ‘희망’에 무게를 둔 민담이 구전되었다고 분석했다. <엄지둥이> <빨간 모자>처럼 힘없고 어수룩한 막내,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는 이유 역시, 이들이 시련과 모험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희망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 동화는 현재까지 잔인하고 반사회적이며, 순종적인 여성상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설화와 민담 본래의 특성상 변형과 가감은 있을 수 있지만, 어린이가 대상이라고 해서 그 고갱이 모두 삭제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전래)동화들의 뿌리는 어디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혜정 지음/뮤진트리·2만3000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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