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잠깐독서
〈워킹 푸어〉 2005년 도쿄 시부야에 자리한 한 허름한 선술집에서 <엔에이치케이> 보도국 직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세계에는 아직도 10억이 넘는 사람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저소득층 일본인의 삶을 가난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06년 <엔에이치케이>에서 방송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묶은 <워킹푸어>는 이에 대한 답변을 시도한다. 취재진이 주목한 것은 새로운 빈곤의 양상이다. 일본의 젊은이, 여성, 노인들은 한결같이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삶의 조건은 나빠지는 중이다. 성실한 사람들이 매일 죽도록 일하면서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일하는 빈자)의 사회가 되어버린 탓이다. 워킹 푸어는 일본만의 일일까. 차비 1000엔이 없어 원하던 직장의 면접을 포기한 30대 청년 후루타 유이치와 손님이 끊긴 낡은 양복점의 구석을 지키고 있는 70대 스즈키 유지 노인의 고통은 제대로 일하고 싶어도 일용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88만원 세대’, 지하철을 오가며 폐지를 주워 모으는 노인들의 모습과 정확히 겹친다. 취재진은 “인간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사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본 정부는 그 첫걸음으로 지난달 등록형 파견과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을까? <엔에이치케이> 스페셜 ‘워킹푸어’ 취재팀 지음·김규태 옮김/열음사·1만10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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