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아리랑〉
〈재일조선인 아리랑〉
‘정대세는 북한 사람인가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 축구대표팀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자 누리꾼들의 시선은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한테 쏠렸다. 몇 해 전 재일조선인들의 한많은 사연을 담은 영화 <박치기>와 일본 내 민족학교 학생들의 분투를 그린 다큐 <우리 학교>가 큰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재일조선인의 역사에 무지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일조선인 아리랑>은 1930~40년대 일본에 강제동원돼 망간광산에서 혹독한 노역에 시달리다 진폐증의 고통을 앓으며 숨져간 수많은 조선인들의 사연을 담은 책이다. 망간은 철강의 강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군수품이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세기 초입부터 망간 채굴을 독려했다고 전해진다. 망간 광산에 배치된 조선인 노동자들은 좁은 갱도에서 쭈그린 자세로 200㎏의 망간 광석을 지고 나르는 가혹한 노동에 내몰려야 했다.
지은이 이용식(50) 단바망간기념관장의 부친 이정호(1932~1995)씨도 그런 조선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씨는 말년에 망간 채굴의 후유증인 진폐증의 고통을 겪어가며 기념관 설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1989년 5월 문을 연 기념관은 아들 이용식 관장이 이어받아 운영했지만, 쌓여가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5월 폐관됐다. 기념관의 생명이 다한 것은 아니다. 기념관 재개관을 위한 재건위원회가 27일 공식 발족하기 때문이다. 책은 역사를 아이스크림 먹듯 즐길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역사에는 싫지만 꼭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논형·1만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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