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8년 체제
한국의 48년 체제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때아닌 ‘건국절’ 논쟁이 일었다. 8·15는 흔히 광복절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역사에는 또다른 8·15가 있다. 1945년 8·15가 광복절이라면, 3년 뒤인 1948년 8·15는 ‘이승만을 국가 수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이 태어난 건국절’(정부수립일)이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9월9일 북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성립돼 한반도의 분단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48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해방 이후 광복과 건국 사이의 ‘3년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후 한국 정치의 특징이 되어버린 ‘우편향된 보수 패권의 사회’의 기원을 찾는 책이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기존의 ‘냉전 반공주의’나 ‘민족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분석 틀을 사용한다.
지은이는 해방 이후 한국의 정치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민주주의란 갈등과 이념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그러나 해방 후 3년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다. 해방 직후 송진우, 여운형에서 김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반대파에 의해 암살됐으며, 좌파 세력은 경찰과 미군정에 의한 조작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정판사 사건 등을 통해 뿌리가 끊기고 만다. 이후 전쟁이 터졌고, 한국의 정치체제는 ‘(좌파적) 대안이 봉쇄된 보수 패권의 정치체제’로 굳어지게 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 정치를 일국적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아무래도 편협한 이해가 아닌가 싶다. 한국 정치가 지독할 정도로 우편향됐던 것은 아무래도 전쟁과 냉전이 남긴 ‘레드 콤플렉스’ 탓이 아니었을까. 박찬표 지음/후마니타스·1만50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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