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최일남 지음·송영방 그림/문학의문학·1만3000원 원로 작가 겸 언론인 최일남(78)의 산문집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최정호·김중배·조세형·김소운·하근찬·정운영·이규태·이시영·김윤식 등 작가와 어우러져 한 세월을 통과해 온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절반 남짓을 차지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역사가 공공의 재산이라면 개개인의 삶은 필경 사람에 대한 기억과 사연으로 점철되”기 때문일 것이다. 날선 풍자와 맵찬 비판으로 호가 난 칼럼니스트임에도, 문단과 언론계에서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을 겨냥해서는 필치가 한없이 따스하고 부드러워진다.
“그는 경제를 말하되 논하지 않았다. 재미진 동서양의 예를 이리저리 들어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다가, 슬그머니 당대 경제의 초점을 딱 짚는 수법이 쌈빡하여 기분이 좋았다.”(정운영)
“한낱 단편을 얘기할 적에도 당자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날 옛적 작품의 호적까지 들이대어 꼼짝 못하게 만든다. 역사적 내림으로 날줄을 삼고 사회성으로 씨줄을 삼는 안목과 정확한 인용에 어쩔 도리가 없다.”(김윤식)
사람만이 아니다. 그가 무엇에 대해 쓰든 대상이 되는 사물은 평소의 뜨악하거나 냉담한 표정을 벗어 버리고 단박에 친근하고 구수한 낯으로 바뀐다. “효능으로 시작하여 문물의 이치를 공고히 깨치고 넓은 세상을 섭렵하는 또 하나의 눈 구실을 한다”는 최정호의 안경이 그러하고, “결코 처량하지 않은 부르짖음이 순정의 원체험을 상기시킨다”는 김현식 노래 <사랑했어요>가 그러하며, “나날의 생활 속에서 불거진 파편 같은 현실에 나름의 줄기를 세우고 가닥을 잡는” ‘이규태 코너’가 또한 그러하다.
최일남의 산문을 읽는 일은 그의 고향 전주의 콩나물해장국을 모주 한잔 곁들여 먹는 맛에 견줄 법하다. 읽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고 편안하게 달래 준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고 나서 다시 보면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는 위안과 믿음을 곱씹게끔 한다.
“세상살이에 대한 느긋한 해학과 진지한 정신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솟아나는 삶의 예찬”(김병익)이 책 갈피마다에 숨어 있다.
최재봉 기자 chang@hani.co.kr
최일남 지음·송영방 그림/문학의문학·1만3000원 원로 작가 겸 언론인 최일남(78)의 산문집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최정호·김중배·조세형·김소운·하근찬·정운영·이규태·이시영·김윤식 등 작가와 어우러져 한 세월을 통과해 온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절반 남짓을 차지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역사가 공공의 재산이라면 개개인의 삶은 필경 사람에 대한 기억과 사연으로 점철되”기 때문일 것이다. 날선 풍자와 맵찬 비판으로 호가 난 칼럼니스트임에도, 문단과 언론계에서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을 겨냥해서는 필치가 한없이 따스하고 부드러워진다.
사진 강창광 기자.
최재봉 기자 ch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