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엄상궁의 천하, 황태자의 동경 인질살이, 왕세자 혼혈결혼의 비밀>
못생긴 엄상궁의 천하, 황태자의 동경 인질살이, 왕세자 혼혈결혼의 비밀
대한제국 황실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망국의 치욕이 체화된 듯 병약한 순종의 얼굴을 볼 때 느껴지는 난감함,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둔 <궁>에 담긴 묘한 문화적 자존심, 올해 최대 베스트셀러가 된 <덕혜옹주>에 담긴 동정심이 한데 섞여 도저히 뭐라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역사학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자 송우혜의 역작인 <못생긴 엄상궁의 천하> <황태자의 동경 인질살이> <왕세자 혼혈결혼의 비밀>로 이어지는 영친왕 3부작도 그런 문화적 산물의 하나다. 지은이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로 1911년 7월 영친왕이 일본의 귀족 자제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가쿠슈인에서 44명 가운데 5등을 했다는 <순종실록부록>의 기록을 본 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 불우한 아이(영친왕)가 일본인 동급생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서 노력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고종이 영친왕의 생모인 엄비의 가마를 타고 경복궁을 빠져나와 아관파천을 했으며, 학계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는 고종 독살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쏠쏠한 ‘디테일’들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책이 다루지 않는 영친왕의 말년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는 느낌은 금할 수 없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을 잃은 뒤 1957년 5월18일 아들 이구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졸업식에 참여하기 위해 국적을 다시 일본으로 바꿨다. /푸른역사·각 권 1만3600~1만48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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