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잠깐독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지난 2일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그동안의 약속을 깨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타결했다. 이후 시민사회와 진보 언론에서는 또다시 ‘퍼주기’ ‘굴욕협상’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소동 속에서 지워진 이름이 있다. 한국 통상정책의 뼈대를 설계한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는 참여정부의 퇴진과 함께 일선 통상현장에서 벗어나 유엔대사로 있다가 물러난 뒤 현재 삼성전자의 해외 법무 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내놓은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는 한때 세계무역기구(WTO) 150개 회원국 가운데 자유무역협정을 하나도 체결하지 않은 두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또 한 나라는 몽골) 한국이 어떻게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하게 됐는가를 보여주는 숨가쁜 현장 보고서다. 책은 2003년 2월 세계무역기구 수석변호사로 근무하던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 그는 세계무역기구라는 다자적인 틀에만 의존해 왔던 한국 통상정책의 틀을 흔들고 세계에서 ‘덩치가 큰 나라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방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이를 관철한다.
책은 그 협상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를 보고 일본이 “한국인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협상을 방해했다는 뒷얘기 등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좋든 싫든 그가 설계한 통상정책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의 도박은 성공할까. 홍성사/1만90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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