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외교’에 분노한 온 국민이 아스팔트로 몰려나왔던 3년 전 여름. 시민과 경찰들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자주 대치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댔고, 방패를 휘둘렀다. 이를 견디지 못한 서울 중랑경찰서 이길준 이경은 “내 양심이 의경 복무 중 촛불집회 진압 등의 업무와 어긋난다”며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치소로 향했다. 부모의 만류와 앞으로 이어질 만만찮은 수감 생활을 앞에 두고 청년 이길준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대가로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견뎌낸 평화운동가 임재성씨가 자신의 석사 논문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세속적, 종교적, 선택적’ 따위의 유형 구분을 하고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공감하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고”, “충분히 타자화시킬 수 있”거나, “소수의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 수 있는 이유들을 찾으려 애써왔는지 모른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것은 평화학적 방법론이다. 이는 상대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통해 폭력에 대한 저항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공감과 이를 통한 실천을 위해 임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인터뷰, 그들이 남긴 일기, 편지글 등을 통해 그들과 공감하려 애쓴다. 그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번민하면서도 끝내 양심의 외침을 거부할 수 없었던 평범한 청년들의 얼굴이다. /그린비·1만70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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