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덕 평전
김상덕 평전
김상덕이라는 이름은 이제 일부 현대사 전공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잊혀진 이름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이승만 정권 시절 만들어졌던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전쟁이 터진 뒤 납북돼 그곳에서 숨을 거뒀다. 그동안 김구, 박헌영, 김창숙, 리영희, 김대중 등 식민과 해방과 군부독재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의 격동의 순간들을 살아낸 이들에 대한 평전 집필 작업을 계속해 온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새롭게 초점을 맞춘 이는 김상덕 선생이다. <김상덕 평전> 속에는 그동안 반민특위 위원장이었다는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던 김상덕의 활동과 인품에 대한 다양한 일화가 녹아 있다.
그는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의 요람이었던 경신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 정경학부로 유학했다. 김상덕은 그곳에서 3·1운동의 모태가 된 2·8 독립선언을 주도했다가 잡혀 1년의 옥고를 치른 뒤 중국으로 망명해 상하이 임시정부를 통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가 한국사의 전면에 나선 것은 1948년 9월 당시 민족적 과제였던 친일청산을 위해 결성된 반민특위 위원장으로 나서게 되면서다. 그러나 반민특위의 작업은 처음부터 친일청산 의지가 없었던 이승만 정권의 방해와 친일경찰의 폭력 등으로 뜻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1949년 7월6일 반민특위의 공소시효를 단축하는 반민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튿날 그는 국회에서 항의의 뜻으로 사임 연설을 진행했다.
그의 아들 김정육(76)씨는 몇 해 전 <한겨레> 기자와 만나 “청년 2명이 ‘남에서 훌륭한 일을 하셨으니 이제 저희가 모시겠습니다’라며 아버지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후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김상덕은 현재 평양의 애국열사릉에 모셔져 있다. 김삼웅 지음/책보세·1만98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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