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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3살 소년 눈으로 그린 ‘구럼비의 노래’

등록 2012-08-10 20:13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글 김선우·전석순·이은선, 그림 나미나/단비·1만1000원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글 김선우·전석순·이은선, 그림 나미나/단비·1만1000원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
글 김선우·전석순·이은선, 그림 나미나/단비·1만1000원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글로 알려왔던 시인 김선우씨가 후배 신예작가 3명과 함께 강정을 다룬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를 펴냈다. 평화롭던 마을이 해군기지 건설로 피폐해지는 과정, 강정마을과 구럼비 바위를 두고 싸우고 갈라서는 동네 사람들, 떠나는 친구들, 구럼비를 지키려는 종교인과 활동가들의 투쟁을 13살 소년 한별이의 시선에서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김 작가는 머리말에서 “신문에서 사라진 강정을 다른 방법으로 알리고 싶어 지난 5월부터 두달간 꼬박 책 작업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이번 여름 ‘강정 지킴이’ 활동이 잘 안되면 잊혀질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컸다는 방증일 게다.

네 살 때 엄마를 잃고, 아빠랑 같이 사는 한별이의 꿈은 해군이다. 집과 학교, 동네와 바다, 아빠와 고모, 친구, 그리고 가장 먼저 엄마를 지키고 싶어서다. 아빠는 구럼비 바위에서 엄마를 바다에 뿌리며, “한별이가 보고프면 언제든지 구럼비로 오라”고 말했다고 한별이에게 들려주었다. 그래서일까. 한별이에게 구럼비는 곧 엄마다. 구럼비에서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느끼며 잠이 들기도 하고, 이곳에서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럼비를 없애고 해군기지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럼비 주변에 철조망과 펜스가 세워졌다. 사이렌 소리와 구럼비 발파 소리가 온 동네를 휘감는다. 경찰은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친구들은 하나둘 떠난다. 모든 게 해군기지에서 시작됐다. 나라와 영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해군, 그렇게도 되고 싶은 해군이 구럼비와 마을을 파괴하는 현실을 한별이는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한별이의 마음을 대변하듯 미디어아티스트 나미나씨의 삽화엔 어둡지만 그럼에도 따스한 온정이 배어 있다. 한별이가 구럼비에서 느꼈을 엄마 품처럼. 강정과 관련한 김미화·여균동·신효범·문정현·조국·주진우·강풀·정우열 등의 트위트 내용과 환경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로버트 레드퍼드의 기사와 칼럼 등을 책 뒤쪽에 함께 엮었다.

해군기지가 생기면 경제가 발전할까? 군수물자 조달이라는 이점만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까? 오히려 해군기지로 인한 환경파괴와 소음공해 등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지 않을까? 유사시엔 ‘7대 자연경관’ 제주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끔찍하다. 강정의 구럼비는 지금도 파괴되고 있다. 벌써 10분의 1 이상 깨져나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럼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떠나 왜 구럼비를 파괴해서는 안 되는지 책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아프고 슬프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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