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문영숙 지음/푸른책들·1만2000원 예부터 우리 민족은 두만강 건너 주인 없는 땅, 연해주에서도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렸다. 연해주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이후엔 한인들이 대거 이주해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며, 그 전엔 230년 동안 발해가 다스렸던 땅이기도 하다. 연해주 ‘신한촌’은 이렇게 고려인, 곧 ‘까레이스키’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연해주 신한촌에 살던 14살 소녀 안동화가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제이주열차에 태워진 이후 18만 까레이스키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아무 이유 없이 소련 사람들에게 끌려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동화네 가족은 강제이주 통지를 받고 3일 만에 재산, 식량, 논밭의 곡식, 기르던 가축들을 남겨둔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적성민족’으로 낙인찍혀 열차에 실린 한인들은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동화 역시 만삭의 엄마, 오빠, 할아버지, 절친한 이웃들을 떠나보냈다. 열차를 탄 지 40여일 만에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의 중앙아시아 우시토베 지방. 눈뿐인 척박한 땅이지만, 이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추위, 굶주림, 질병 등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겨낸다. 호수의 물을 끌어와 소금기 머금은 땅을 논과 밭으로 탈바꿈시킨다. 쌀, 채소, 과일들을 수확하며 정착지에서 새 삶을 꾸려간다. 한순간 고아가 된 마음 여린 소녀 동화는 20년 정착기간을 거치며 불굴의 의지와 생활력을 지닌 세 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즈음 뒤늦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한 동화는 이를 계기로 한인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뜻을 이어 후손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에네껜 아이들>, <무덤 속의 그림>, <검은 바다>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의 장면들을 어린이·청소년 독자에게 알려온 문영숙 작가는 “까레이스키와 이들의 2, 3세들은 돌아갈 수 없는 조국을 그리워하며,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고 있다”며 “이제는 이들을 껴안고 민족애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작가의 간절함 때문인지, 조국에서도 타국에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소설 속 까레이스키들의 슬픈 역사가 스틸사진처럼 생생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안타깝고, 가슴 한켠이 여전히 아리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민족차별 정책으로 현지 까레이스키들의 현실이 과거보다 더욱 열악해졌다고 한다. 옛소련 영역인 현재의 독립국가연합 전역에는 러시아 20만여명, 카자흐스탄 10만여명, 우즈베키스탄 20만여명 등 모두 55만여명의 까레이스키들이 살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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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숙 지음/푸른책들·1만2000원 예부터 우리 민족은 두만강 건너 주인 없는 땅, 연해주에서도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렸다. 연해주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이후엔 한인들이 대거 이주해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며, 그 전엔 230년 동안 발해가 다스렸던 땅이기도 하다. 연해주 ‘신한촌’은 이렇게 고려인, 곧 ‘까레이스키’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연해주 신한촌에 살던 14살 소녀 안동화가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제이주열차에 태워진 이후 18만 까레이스키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아무 이유 없이 소련 사람들에게 끌려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동화네 가족은 강제이주 통지를 받고 3일 만에 재산, 식량, 논밭의 곡식, 기르던 가축들을 남겨둔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적성민족’으로 낙인찍혀 열차에 실린 한인들은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동화 역시 만삭의 엄마, 오빠, 할아버지, 절친한 이웃들을 떠나보냈다. 열차를 탄 지 40여일 만에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의 중앙아시아 우시토베 지방. 눈뿐인 척박한 땅이지만, 이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추위, 굶주림, 질병 등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겨낸다. 호수의 물을 끌어와 소금기 머금은 땅을 논과 밭으로 탈바꿈시킨다. 쌀, 채소, 과일들을 수확하며 정착지에서 새 삶을 꾸려간다. 한순간 고아가 된 마음 여린 소녀 동화는 20년 정착기간을 거치며 불굴의 의지와 생활력을 지닌 세 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즈음 뒤늦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한 동화는 이를 계기로 한인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뜻을 이어 후손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에네껜 아이들>, <무덤 속의 그림>, <검은 바다>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의 장면들을 어린이·청소년 독자에게 알려온 문영숙 작가는 “까레이스키와 이들의 2, 3세들은 돌아갈 수 없는 조국을 그리워하며,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고 있다”며 “이제는 이들을 껴안고 민족애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작가의 간절함 때문인지, 조국에서도 타국에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소설 속 까레이스키들의 슬픈 역사가 스틸사진처럼 생생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안타깝고, 가슴 한켠이 여전히 아리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의 민족차별 정책으로 현지 까레이스키들의 현실이 과거보다 더욱 열악해졌다고 한다. 옛소련 영역인 현재의 독립국가연합 전역에는 러시아 20만여명, 카자흐스탄 10만여명, 우즈베키스탄 20만여명 등 모두 55만여명의 까레이스키들이 살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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